파운드리 적자·환율·중국공세 등 상쇄
플래그십폰 ‘버팀목’...올 두자릿수 성장
3분기 R&D 역대 최대 8조8200억 집행
4분기 HBM3E 엔비디아 납품 가능 전망
삼성전자가 당초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3분기 영업이익을 보였지만 주력 사업인 메모리에서 견고한 실적을 달성하며 반등 기회를 확보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급성장하며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전분기 대비 70% 증가해 고수익 제품 중심의 전략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BM 매출 전 분기보다 70%↑...범용 줄이고 고사양 중심 전환”=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에 그쳤으나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일회성 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5조원이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3분기 HBM 매출의 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은 70%를 상회했다. 서버향 DDR5는 10% 중반, 서버향 SSD는 30% 중반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이 늦어지고 있지만 AMD 등 다른 고객사에는 꾸준히 공급하며 매출 성장을 꾀하고 있다.
김재준 부사장은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HBM3E 사업화가 지연됐지만, 현재 주요 고객사 퀄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이에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3분기 메모리 시장은 PC·스마트폰 수요의 더딘 회복과 중국의 범용 제품 공급 확대, 원·달러 환율 약세 등 부정적 요인들이 이어졌지만 삼성전자는 AI 및 서버에 들어가는 HBM과 SSD 등 고수익 제품으로 대응하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에서 1조원 후반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이를 상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최대 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AI에 기반한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준 부사장은 “일부 레거시(범용) 제품은 시장 수요에 맞춰 D램과 낸드 생산을 탄력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레거시 생산 라인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에도 레거시 제품보다 선단 공정 기반의 고용량·고사양 제품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이에 맞춰 “기존 라인의 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레거시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선단 공정 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버팀목’...올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 기대=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아우르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4분기에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동시에 AI 전략을 강화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3분기 재료비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로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하며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연말 성수기에도 갤럭시 S24 시리즈와 갤럭시 Z폴드6·플립6 등의 판매를 끌어올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올 1월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을 선보인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갤럭시 S25 시리즈에선 갤럭시 AI의 경험 완성도를 높여 플래그십 제품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비스포크 AI 제품 판매를 확대해 AI 가전 시장을 선점하고 시스템 에어컨 판매도 늘려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노리고 있다. 내년에는 시스템에어컨을 비롯해 빌더·빌트인 등 B2B 사업을 강화하고 소비자 직접판매(D2C) 기반 온라인 매출 성장을 통해 사업 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TV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연말 성수기 효과로 TV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유통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대형·라이프스타일 TV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SDC)는 중소형의 경우 패널업체 간 경쟁 심화로 실적 성장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OLED 혁신 기술로 폴더블과 하이엔드 스마트폰에서 리더십을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대형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고해상도 모니터 신제품 추가 등을 통해 게이밍 시장뿐 아니라 B2C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시설투자·R&D 투자 지속...미래 준비에 총력=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전 분기보다 3000억원 증가한 12조4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준비에 집중했다. 3분기까지 누적 시설투자 규모는 35조8000억원이다. 반도체(DS)에 30조3000억원, 디스플레이에 3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액이 전년 대비 약 3조6000억원 증가한 56조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의 경우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중점을 둘 예정이며 파운드리는 시황 및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디스플레이는 경쟁력 우위 유지를 위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신규 팹(Fab)과 제조라인 보완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R&D 부문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병행하며 기술 중심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4배인 28조3400억원을 R&D에 투자한 삼성전자는 올 들어서도 매 분기 이전 규모를 넘어서는 투자를 단행했다. 1분기 7조8200억원, 2분기 8조500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역대 최대인 8조8200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다.
특히 2030년까지 기흥사업장에 약 20조원을 투입해 건설 중인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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