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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강남서도 선호 최고층수 다른 까닭
개포 35층·대치 49층·압구정 70층
市규제완화, 선택지 커져 추진 각각
정책 영향·사업성·조합간 경쟁 작용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한 시민이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주요 지역의 초고층 재건축이 활발히 추진되는 가운데 같은 강남 내에서도 최고 층수 선호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기존의 최고 층수 계획인 ‘35층’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79.7%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최고 ‘49층’을 원한다는 답변은 13.2%에 그쳤다. 해당 조합은 지난 4월 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 조만간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포동의 경우, 앞서 개포주공 1·2·3·4·8·9단지가 재건축 이후 입주까지 마친 상태에서 남은 5단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6·7단지는 최고 층수 35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개포우성7차도 최고 35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남·우성3차·현대1차는 지난해 최고 50층으로 재건축하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바로 옆 지역인 대치동에선 은마아파트 등 최고 층수를 49층 안팎으로 추진하는 단지가 많다. 대치미도는 최고 50층, 대치우성1차·대치쌍용2차는 최고 49층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반포동에선 대표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 2차가 신통기획 가이드라인과 한강변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해 최고 49층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현행 건축법상 초고층인 ‘50층 이상’은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 많은 데다 피난안전구역 및 소화설비 등 인허가 절차가 늘고, 결국 사업비도 폭증하다 보니 대부분 단지는 최고 35층과 49층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정책적 영향, 사업기간·공사비, 인근 단지 간 경쟁 등을 두루 고민하는 것이다.

일단 서울시 층수 규제가 풀린 만큼 ‘최고 49층’을 추진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확정을 통해 35층 높이 제한을 삭제했다. 앞서 정비사업 등 별도의 도시관리계획 수립을 거치는 경우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규제를 없애는 등 족쇄도 풀리며, 경관 보호 및 안전상 이유 등을 이유로 고도 제한을 받지 않는한 사실상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사실상 자유롭게 층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은마는 과거에도 최고 층수 49층을 고집했지만, 과거 박원순 시장 체제의 ‘35층 룰’로 층수 계획을 바꾼 것”이라며 “그때 개포동에서 최고 35층으로 허가를 받은 곳들이 현재 신축이 됐고, 은마는 아직도 착공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시장이 바뀌며 최고 층수 49층으로 재차 변경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층수가 올라가면 가구 수는 그대로고, 동수는 줄여 동간 거리가 넓어지며 쾌적해져 주민들이 선호한다”며 “서울시 정책이 다시 바뀌기 전에 빠르게 추진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신통기획 적용 등으로 최고 층수를 높이는 단지가 나오면 옆 단지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조합, 아파트 간 경쟁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사업에 어느정도 진척이 난 상황에서 층수를 더 높이지 않고 최고 층수 35층대로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개포동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정비계획 변경으로 최고 49층을 할 수 있어도 공사비 급등, 분담금 증가 우려 등으로 조합원에게 부담이 많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에서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비용과 공사기간 급증 우려에 최고층수 49층 설계안 변경을 접었다. 비강남권 재건축 알짜 단지로 꼽히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도 정비계획을 공개한 단지들이 모두 최고 40층대를 추진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목동 14단지는 신통기획 자문 과정에서 최고 60층에서 49층으로 선회하겠다는 조치계획을 냈다. 4·6·8·13단지도 최고 49층을 추진하며, 12단지는 고도 제한으로 인해 최고 층수를 43층으로 계획했다.

반면 한강변 돌출부에 자리잡아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압구정, 성수동 일대는 ‘랜드마크’가 되면 평당 가격이 수배로 뛸 것으로 보며 70층대 이상 초고층 재건축 재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고려할 때 사업성에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구역은 한강변에 붙어 있지만 역세권이 아니란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더욱 초고층 아파트촌으로의 재탄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가 여의도 지구 초고층 재건축에 속도를 내며 여의도 일부 단지가 초고층을 추진하고 있고, 송파구 잠실동에서도 입지가 뛰어난 단지가 최고 70층 안팎을 검토하고 있다.

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물론 공사비·시간 등 부담이 있지만 향후 가격 상승이 모두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본다”며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격차가 더 벌어짐에 따라 랜드마크가 될 층수와 스카이라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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