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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하던 거 더 잘하자” 삼성은 ‘D램’, SK는 ‘HBM’ 주특기에 힘준다 [김민지의 칩만사!]
불안정한 경제에 전방위적 위기 확산
삼성·SK, 잘하던 ‘주특기’ 칩에 선택과 집중
HBM 올인 SK하이닉스, 수익성 측면 성공
D램 경쟁력 개선 총력 삼성, 1c DDR5서 승부수
[챗gpt, 망고보드 이용해 제작]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재계에서 전방위적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 역시 생존을 위한 전략짜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특기’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하며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모습입니다. 신사업과 미래 먹거리 양성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정치·경제적인 불안정성이 클 때는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칩만사는 삼성과 SK가 각자 어떤 사업에 총력을 가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HBM ‘올인’ 결정 탁월했네”…수익성 좇는 SK하이닉스

최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사업성이 낮은 일부 사업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먼저, CMOS 이미지센서(CIS)의 캐파(생산능력)을 지난해 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현 수준을 유지하며 최소화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8년 이미지센서 사업에 뛰어든 후 일부 소규모 공정에서 이미지센서 제품을 양산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2인치 기준 월 수천장의 물량에 그칠 정도로 미비한 수준입니다.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4% 정도입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이에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더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CIS 사업 축소로 확보한 여유 공정과 인력을 HBM 생산에 투입합니다. 지금 당장 SK하이닉스에 돈을 벌어다주는 캐시카우인 HBM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주요 공급사입니다. 최근 12단 HBM3E 제품의 세계 최초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HBM의 가격은 범용 D램 보다 많게는 5배 가량 비싸 수익성이 좋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 1분기부터 기존 범용 D램 생산을 점차 줄이면서 HBM 캐파 확대에 나서왔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풍선효과’로 품귀 현상이 일어나 범용 D램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이같은 생산 라인 조정이 매출에서 범용 메모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이득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 HBM3E 12단 [SK하이닉스 제공]

그러나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의 HBM 올인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PC·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꺾였기 때문입니다. HBM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최대 수혜주로 승승장구 중인 반면, 아직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시장 부진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는 상황입니다.

물론,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사업 규모가 비교적 작아 좀더 빠른 의사결정과 생산 라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발빠른 대응에 보다 유리한 상황입니다.

삼성, “D램 1등 만은 놓칠 수 없지, 근원적 경쟁력 회복”

삼성전자도 수십조원을 쏟던 파운드리 사업의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대신 메모리의 근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가장 먼저 최선단 D램 수율 개선 및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HBM의 성능 및 수율은 패키징 기술력뿐 아니라 최선단 D램 성능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HBM 자체가 여러 장의 D램을 쌓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한장 한장의 D램 성능이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12나노급 DDR5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HBM3과 HBM3E에 4세대 10나노급 D램인 ‘1a D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두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이 경쟁사 대비 늦어진 점이 1a D램 성능 부족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극자외선(EUV) 공정을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도입했는데, 오히려 EUV를 도입하지 않은 경쟁사들이 더 좋은 수율을 내는데 성공한 겁니다. 최첨단 기술로 공정 수를 줄여 원가절감을 꾀했던 삼성전자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1b D램(5세대 10나노급)에서도 EUV를 도입했지만, 수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예 6세대 10나노급인 1c D램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1c D램은 내년 양산 예정인 HBM4에 탑재될 전망입니다. 전 세대에서 겪은 실수를 만회해 수율, 전성비, 발열, 성능 등을 모두 개선한 D램을 양산해 HBM4에서 한방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민지 기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이클의 주기가 짧아지고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내년 경영 목표는 ‘생존’과 ‘안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래 먹거리나 신사업 발굴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수익성을 낼 수 있고 원래 잘하던 ‘주특기’에 집중하는 추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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