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막말 논란 양문석, 비판에 사과
정책 논의 실종...실질적인 성과도 없어
반환점에 다다른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맹탕’으로 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이슈가 정치권을 휘감은 터라 관련 질의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면이 있지만 ‘결정적 한 방’은 눈에 띄지 않고 되레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과 연결된 핵심 인물로 국회 바깥에 있는 명태균 씨 ‘폭로’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아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한 ‘막말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되풀이 되는 모습이다. 정책 관련 건설적 논의가 실종된 상태에서 소리만 요란할 뿐 실질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 국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영부인의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까지 공개돼서 얘기가 나오는 판국인데 국회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해 물을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며 “시국이 정책국감에 집중을 못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많다”고 진단했다.
명씨의 잇단 폭로, 여당 대표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거듭된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촉구, 야당의 김 여사 의혹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 여사 사안이 국감의 핵심 주제로 거론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국감은 각 상임위마다 ‘김건희 국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기관들을 감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법무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감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 공천개입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수사 사안이 주로 거론됐다.
이날 서울고검·수원고검 및 산하 검찰청 국감도 ‘서울중앙지검 국감’이 핵심인데, 서울중앙지검은 전날(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21일 예정된 대검찰청 국감에는 야당 주도로 김 여사 본인이 증인 채택된 상태이기도 하다.
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선 김 여사의 KTV 국악공연장 황제관람 의혹,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김 여사 일가 관련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이 다뤄졌다.
김 여사 관련 사안이 각 상임위 국감을 도배하고 있지만 언급되는 빈도나 양에 비해선 아직까지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회가 주도해 김 여사 관련 문제를 파고든다기보다 국회 밖에 있는 명태균 씨의 ‘입’이 사실상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조차도 국감보다 명씨 폭로가 더 신경 쓰인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국감 시작 전에 야당에서 어떤 부분을 파고들지 염려됐는데 정작 국감을 시작하고 보니 야당도 명씨 폭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국감 전에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이 있는데 ‘명태균 폭로’에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막말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가유산청에 대한 문체위 국감 중, 과거 김 여사가 참석했던 청와대 간담회에서 국악인들이 가야금 연주 공연을 한 것에 대해 ‘공연자들에게 출연료를 줬는지’ 질의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주지 않았다고 하자 “이분들이 기생인가”, “갑자기 (청와대를) 기생집으로 만들어놓은 거잖나”라고 했다. 또 “사극에서 나오는 정승판서 앞에서 공연하는 그런 모습과 똑같은 것 아니냐”며 “지금 지X들을 하고 있다”고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물론 국악계 비판이 나오자 양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가무형문화재 예능 전승자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과글을 올렸다.
그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의 연주가 정당한 보상 없이 국가기관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바로 잡고 싶어서 담당 기관인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한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이런 단어와 표현 그리고 그 파생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이, 너무 거칠었다는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중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올해 국감이 반환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번에도 정책국감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국감은 야당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고 그건 맞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로 물고 늘어지면 호응이 있으니 지금 계속 이 얘기만 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 정도가 있다. 지나치면 민생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대용·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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