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모습’ 보일 기회 여겨
11월 멕시코서 한국대표로 출전
“이하늬 계보 이어 새역사 쓰겠다”
미스유니버스코리아 위너상 및 미스유니버스코리아헤럴드상 수상자 한아리엘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왕관을 쓰는 순간 지금부터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세계적인 무대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67회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2024’ 본선대회에서 최고 영예의 위너(Winner) 상을 수상한 한아리엘 씨가 지난 1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미스유니버스 코리아는 한국을 대표해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할 이를 선발하는 자리로 2024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원회가 주최, 코리아헤럴드와 예당미디어가 공동 주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열렸다. 한씨는 이날 협찬사 상인 미스유니버스코리아헤럴드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심사위원 30여명의 평가를 거쳐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게 된 한씨는 수상 당시를 회상하며 “태몽이 인어공주가 나와 왕관을 쓰는 꿈이라 내 이름도 아리엘(Ariel·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이름)인데, 이름과 태명대로 현실에서도 왕관을 쓰게 돼 놀라웠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세계 1위 패션스쿨인 미국 뉴욕주립대 패션기술대(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다니는 20대 학생이다. 현재는 휴학 중이다. 패션을 전공하면서 의류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환경 친화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등 환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어 미스유니버스코리아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기아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도 의류 폐기물이 기아를 돕는 데 쓰이기보다 쓰레기로 매장돼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유니버스 자리에 서게 되면 내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출전 계기를 밝혔다.
특히 이번에 새로 도입된 ‘연령 제한 철회’ 규정은 한씨가 대회를 나가게 된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한씨는 “나이와 상관없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미인 대회들보다 편견이 없다고 느꼈다”며 “그런 만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고 했다.
미스유니버스는 수십년간 ‘18~28세까지’라는 참가자 나이 조건이 있었다. 임산부나 기혼자 또는 결혼한 적이 있던 사람의 출전을 금지해왔다.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조직위는 올해부터 해당 규정을 삭제하고 기혼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 싱글맘 등의 참여도 허용했다. 실제 이번 대회 최고령자 참가자는 최순화씨로 1943년생, 올해 81세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과 교류하면서 한씨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리게 됐다. 그는 “시간과 문화를 초월한 자신 고유의 매력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그들과 무대에 같이 설 때 경쟁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들로부터 배운 게 많아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씨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를 찾고 그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개성있는 얼굴, 밝고 명랑한 성격, 귀여우면서도 지적인 모습 등을 잘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꾸밈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하나씩 꺼내면 된다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임하다보니 실제 무대에서 긴장도 덜 할 수 있었다”며 “이런 종합적인 모습들을 심사위원들이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부연했다.
한씨는 자신만의 매력 중 하나로 ‘열린 마음’을 꼽기도 했다. 한씨는 “유년시절부터 해외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는 데 익숙하다”면서 “누구를 만나든지 열린 마음이 준비돼 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대할 줄 아는 게 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회 3개월 전부터 워킹과 포징 등을 중점적으로 맹연습했다는 한씨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마다 부모님의 조언을 떠올렸다. 한씨의 부모님은 ‘꿈을 향해 달려갈 때 흘리는 땀방울은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다’라는 말로 항상 그를 다독여주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 말씀대로 대회를 준비하는 이 시간이 내 인생에 주어진 가장 값지고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순간들을 그 자체로서 정말 즐기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한아리엘씨가 헤럴드스퀘어 접견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씨는 “헤럴드를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대회가 끝난 후에는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해줬던 이들에게 연락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늘 내게 겸손함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라며 “대회 전부터 일정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떠나 날 위해줬던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한 바 있어, 그것을 실천했다”고 했다.
위너상 수상자로서 한씨는 오는 11월 18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미스유니버스 2024’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미스유니버스가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미스유니버스 2007’에는 2006년 제50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입상한 이하늬 씨가 한국 대표로 참가해 본선 톱 10에 안착한 후 최종 4위(3rd runner-up)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이하늬 계보’를 잇고 싶다는 한씨는 “미스유니버스 코리아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씨는 “이번 대회가 오랜만에 멕시코에서 개최되다보니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하늬 선배님과 나의 사진을 같이 붙여놓고 응원해주는 것 같다”며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꼭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씨는 멕시코에 가서도 꾸밈 없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무대가 중요하고 무게감 있는 자리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K팝 등 K문화가 성공한 이유도 세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해서라기보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잘 해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한국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겠다. 가장 한국적인 면모를 세계인들이 알아봐주고 좋아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씨는 미스유니버스코리아헤럴드상 수상자로서 헤럴드의 홍보대사로도 활약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 수변무대에서 열린 ‘웰니스서울 2024’에 사회자로 참석해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씨는 “위너 상 만큼이나 코리아헤럴드 상도 내게 소중하고 값진 상”이라며 “과분한 역할을 맡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부끄럽지 않게, 헤럴드를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씨는 패션 브랜드를 이끄는 여성 CEO를 꿈꾸고 있다. 그의 롤모델은 패션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만든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이다. 이본 쉬나드는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경영 철학 아래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씩 자연을 보호하고 되살리는 일을 하는 환경 단체에 후원하고 있다.
한씨는 “10년 후에는 이본 쉬나드처럼 회사의 이익만큼이나 환경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나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ESG 경영에 앞장서고 싶다”면서 “이본 쉬나드처럼 회사 수익의 일부를 환경 단체 설립 및 운영에 투자·기부해, 말로만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 진실로 환경과 지구, 또 그 속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하는 경영자로 성장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지금부터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비전을 공유했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