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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석 고용차관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 선행돼야”
헤경·대륙아주 공동 ‘미래리더스포럼’
“손쉬운 정년연장 피해자는 바로 청년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 고려해야” 강조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미래리더스포럼 10월 초청강연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열렸다. 연사로 참석한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동개혁은 노사가 주체가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노동 시장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공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 주최한 ‘미래리더스포럼’ 연사로 참석해 이 같이 밝히며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지금 우리의 노동시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960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이들은 계속 일할 수 있게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한다”며 “손쉬운 건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그 피해는 누가 보느냐. 바로 청년”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장기 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발적 백수’를 택하는 청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1~8월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9만8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48명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이 2만944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만1177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이하 장기 실업자가 전체의 55.7%를 차지한 셈이다.

특히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집에서 그냥 쉰 청년은 5월 기준 2021년 9만6000명에서 2022년 8만4000명, 2023년 8만명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8만2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김 차관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정년 제도가 있는 기업은 26%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반면 사람이 없어서 뽑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에 앞서 채용 권한이 있는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돼야 고령층의 전문성과 기업의 인력 관리 및 비용 문제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화로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고용형태도 다양화됐는데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근무했던 70년 전 제도를 지금의 현실에 맞추려다 보니 잘 안 맞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존립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요하고 노동개혁은 결국 제도 개혁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노동개혁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4대 개혁 중 하나로 교육개혁과 연금개혁을 연계하는 핵심 이슈라고 특히 강조했다. 그는 “교육개혁은 노동시장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공급하느냐의 문제고 연금개혁은 노동시장이 지속가능하느냐의 문제”라며 “두 문제의 해결 기반을 만드는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정브리핑에서 노동개혁에 대해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릴 절체절명의 과제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차관은 정부가 그간 노사 불문 법치확립을 통해 노동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애써왔다고 설명했다. 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최소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 노조 회계 공시가 늘며 투명성이 강화됐다는 점, 10년 만의 타임오프 기획·감독을 통해 위법을 적발해 개선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차관은 “법치확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누구나 법을 지키는 노동시장을 만들어가면서 유연근무, 노동약자 보호 등 쟁점 이슈에 대해서는 과정 관리를 잘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유연근무 이슈와 관련해 “저출생은 국가존립의 가장 큰 과제로 양육 조건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연성, 탄력성에 기반한 노동시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이 문제는 사회심라적 문제도 있고 인간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연한 근무가 생산성과 성과로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사노무관리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다 보니 평일에는 타이트하게 근무하지 않으면서 주말 특근을 요구하는 등 중간관리층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달라진 일하는 방식에 따른 성과 측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김 차관은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며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서는 시간이 아닌 성과와 생산성의 논쟁으로 가야 하고 인적 자원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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