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가 18일 개봉 6일차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쾌속순항하고 있다. 혹자는 '베테랑2'가 극장을 대거 차지한 덕분이라고 하지만, 재미없는 영화라면 극장 수를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이런 스피드로 관객을 동원하기는 어렵다.
'베테랑2'는 가족들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황정민은 9년만에 '서도철'로 돌아왔다.
"1편보다 더 떨린다. 서도철은 캐릭터를 만들때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형사가 까불대고 대책 없는 스타일은 별로 없었지만 옆에 있으면 든든한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정민은 류승완 감독과 '베테랑'을 함께 만들었다. '베테랑' 대본을 써놓고 황정민이 섭외 된 게 아니라, 1,2 편 모두 류승완 감독이 대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황정민과 상의를 하면서 내용이 전개됐고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서도철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계기가 중요하다. 유 감독과 힘든 과정속에서도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만든 게 '베테랑'이다. 살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면서 만든 거다. 물론 시즌2를 공개하기까지 9년이나 걸렸다. 늘 내 마음속에는 서도철이 있었다. 이를 끄집어내 살아숨쉬게 해야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황정민은 배우라는 직업을 하며 시리즈물에 주인공으로 출연할 수 있는 자체만도 영광이라고 했다. '리썰 웨폰', '에일리언', '다이하드', '대부'와 같은 영화처럼 '베테랑'도 시리즈물을 계속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듯 했다.
'베테랑' 시즌2는 시즌1보다 많이 변했다. 범죄 사건도 다각화, 복잡해졌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정의란 무엇인가' 라고 묻고 있는데, 맨 마지막에 서도철이 박선호에게 왜 심폐소생술 했을까? 그렇게까지 해서 왜 살릴까? 박선호와 친해서, 또는 좋아서가 아니라, 그가 정확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가치"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쇄살인범 박선우를 연기한 정해인은 '베테랑2'의 새로운 캐릭터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시리즈물의 차별화에 기여했다. 정해인은 마스크와 모자까지 착용해 연기했기 때문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더욱 어려웠다.
황정민은 "정해인은 호흡이 불편했을 거다. 우리는 1편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지만, 새로운 톱니바퀴인 해인이가 불평 없이 잘 굴러가는 걸 보면서, 그래서 좋은 연기가 나오는 듯 했다. 정해인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얼굴이다. 성향이 좋은 친구라, 현장에서도 젊잖았고,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많은 액션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남산 계단과 수중 액션신 등은 특히 볼만했다. 류승완 감독의 노련한 경험도 좋은 액션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류 감독은 배우가 움직여야 할 커트와 하지 말아야 할 커트가 머리속에서 정확하게 나눠져 있다. 한없이 찍는 게 아니다. 한번에 찍을 수 있게 한다. 그것 하나만 잘 하면 오케이다. 이것만 연결시키면 잘된다. 정교하고 철저하다."
황정민은 '베테랑2' 개봉 직전인 지난 7~8월 연극 '맥베스'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2년만에 도전한 연극을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연극이 너무 잘됐다. 배우의 예술이어서 오로지 관객과의 만남이라 행복한 시간이었고, 전석매진이라 행복했다. 연극과 영화는 디테일 차이가 있는데, 나에게는 영화 연기가 더 어렵다. 연극 연기는 풀샷이며, 대사 언어가 중요하다. 영화는 오롯이 얼굴에 감정이 보여야 하므로, 영화가 더 미세하다. 둘다 어렵기는 한데 재미있다."
황정민은 범인 잡는 형사로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지만 아들과 라면을 먹으며 "내 생각이 짧았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황정민은 "어른이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어른이라고 모두 똑바른 게 아니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건데, 좋은 어른이 되려면 아이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어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짧지만 좋아하는 신이다"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캐릭터를 맡으면 소화력이 남다르다. 캐릭터에 자신만의 기운을 집어넣는다. '수리남'에서 한인교회 목사로 위장한 마약 밀매상 전요환, '아수라'에서의 악덕 시장 박성배, '서울의 봄'에서 4시간 분장해 만들어낸 전두광 등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KBS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평범한 우체부 구동백도 황정민이 연기하면 특징이 잘 잡힌다.
"수월한 캐릭터는 없다. 내가 입을 벌려서 대사를 해 캐릭터를 만드는데, 나이가 드니 겁이 점점 많아진다. 전두광 역은 힘들었다. 어떻게 했냐 싶다. 잘 됐으니까 좋았지만 그 때는 스트레스였다. 지금은 착한 역할을 하고싶다."
황정민은 서도철 처럼 선을 넘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가 어렵다고 했다. 황정민이 아니면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배우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