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엄벌 원했지만” 중학생 집단 딥페이크 제작에 고작 ‘학내봉사’…피해자 방치 교육당국
딥페이크 수년전부터 확산했지만
학교 현장선 솜방망이 처벌 계속돼
집단 딥페이크 제작에도 학내봉사
“학교가 엄벌 원해도 학폭위 인식 부족”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저희도 엄벌하고 싶었지만….” 올해 초, 전교생 300명 규모의 한 중학교에서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범죄가 벌어졌다. 남학생 3명이 여학생 3명의 사진으로 음란물을 만들어 친구들과 돌려본 사건이었다. 학교 측이 교육청에 이를 신고하면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까지 열렸지만, 이들의 처분은 각각 교내 봉사와 학급 교체로 끝났다.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가 사건을 묻으려고 한다’는 불안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통화에서 “처분이 약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교육청에서 처분을 내리는 것이라 학교 입장에선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학교가 엄벌 원해도…교육청이 솜방망이 처분

청소년 사이 불법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범죄 우려가 커지며 정부가 ‘엄벌’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학교 현장에선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로 수년 전부터 딥페이크 범죄가 만연해왔지만 교육 당국의 인식 부족 등으로 가해자에 미약한 처벌을 내려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내 딥페이크 범죄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분류돼, 교육청에 신고하면 학폭위에서 1호(서면 사과)부터 9호(퇴학)까지의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 교육부는 딥페이크 범죄에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최소 6명에 대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든 광주의 한 중학생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정작 학폭위 처분은 교내 봉사 5일과 특별 교육 등을 받는 데 그쳤다.

전주에서도 지난 3월 중학생 7명이 동창생과 교사들의 사진으로 음란물을 만든 사실이 발각됐지만, 가해자 5명의 학폭위 처분은 출석 정지와 봉사 활동으로 일단락 됐다.

전학 가는 피해자, 사각지대 졸업생…속수무책 피해
딥페이크 피해 학교를 집계하는 온라인 사이트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 캡처]

8호(전학) 이상이 아니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처분 구조상, 피해자가 끝내 학교를 떠나기도 한다. 현재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올해 재학생 2명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해 현재 학폭위 절차를 밟고 있는데, 피해자가 최근 전학을 선택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교에선 심리치료와 분리조치 등을 제공하겠다고 설득했지만 피해자가 안정을 취하고 싶다며 계속 전학을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졸업앨범을 이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미 졸업생이라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A씨는 “중학교 졸업앨범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피해자 모두 졸업 후 이미 다른 학교로 흩어진 상태라 대응을 할 수 없었다”며 “가해자를 특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애들 장난 아닌가” 딥페이크 무지한 학폭위에 학생들은 ‘불신’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딥페이크 범죄 확산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같은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처분은 학교 현장의 불안과,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학폭위 인식에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학폭위 위원은 학부모, 교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위원들의 인식에 따라 지역별로 처분 수위도 들쭉날쭉해진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서울 지역에서 학폭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평소 수위가 센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딥페이크 범죄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아이들 사이 장난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연령대가 높은 퇴직 교원 등 위원의 경우에는 딥페이크 범죄의 구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딥페이크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불신 때문에 성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폭로를 해서, 소위 사적 제재를 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피해 조사 역시 과소 집계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사이트 ‘딥페이크 피해 지도’에는 500여곳이 넘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가 피해 학교로 등록됐다. 그러나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딥페이크 피해 신고는 196건이었다.

이와 관련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전날 긴급 브리핑에서 “해당 집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매주 집계를 통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k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