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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겁나 험한 게’ 소설 속에도…AI의 시대, 우리는 무속에 더 끌린다 [북적book적]
영화·예능·다큐에 이어 문학에도 안착
삶이 고단한 청춘…초자연적 힘 경험
영화 ‘파묘’ 중 대살굿 장면. 굿하는 무당 화림(김고은) 뒤로 돼지 사체 5구가 나란히 기둥에 꽂혀있다. 사진은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겁나 험한 게.”

무당 화림(김고은 분)은 이장한 묘지터에서 첩장(묫자리에 관이 중첩돼 묻혀 있는 것)된 관이 열린 것을 보고 이같이 읊조린다. 죽은 사람을 담은 관에 뭐가 나왔을까 싶지만 무당이나 귀신, 악령 등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이라면 단 번에 이해한다. 이 장면은 경제활동인구의 3명 중 1명이 관람한 영화 ‘파묘’의 일부다.

올초 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를 필두로 무속이나 초자연적 현상이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특히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여름시즌 공포소설에도 호러나 SF(Sceince Fiction) 대신 무속 소재의 오컬트가 자리를 잡았다. AI(인공지능)가 일상이 된 시대, 독자들은 오히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 현상에 끌리는 모양새다.

신하루 작가의 신작 ‘아무도 나를 위해 태어나지 않는다’에선 외딴 마을 산기슭에 있는 구녕신과 그를 모시는 무당, 유체이탈, 구마의식을 하는 신부 등 원시신앙부터 무속, 종교 등이 총망라한다. 에어컨 수리기사인 주오는 ‘천수선녀’ 무당집에 출장 수리를 갔다가 정체모를 구덩이에 빠져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남편과 사별한 은성은 출생의 비밀과 함께 그의 곁을 맴도는 검은 구멍의 정체를 알게된다. 은성의 삼촌인 백하는 어린시절 봤던 귀신을 피해 신부가 됐지만 결국 자신의 사명은 귀신들에게 맞서는 일임을 깨닫는다.

‘하쿠다 사진관’으로 혼불문학상을 받은 허태연 작가는 그의 신작 ‘호랑이 아가씨’에선 호랑이 영혼을 가진 태경이 등장한다. 단순히 호랑이 신이 들린 무속인이 아니라 산신(山神, 산을 지키는 호랑이) 그 자체다. 억울한 일을 보면 왼쪽 검지의 발톱이 날카로워지고 귓가엔 황금색 털이 자라면서 말그대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100명의 한을 풀어주면 호랑이 영혼이 잠들 것이라는 박수무당의 말을 듣곤 경찰서 앞에 사주카페를 열고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을 해결해준다.

은모듬 작가의 신작 소설집 ‘꿈과 토템’에 수록된 단편 ‘토템, 토템’은 그나마 평범한 편이다. 취업 전쟁 끝에 가까스로 입사에 성공한 은경과 소하는 회사만 들어가면 모든 일이 잘 풀릴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 개탄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업무와 상사의 갑질, 원치않은 야근과 출장으로 다크써클만 커지는 일상이다. 하지만 수하가 지방 출장 가서 우연히 주운 ‘빨간펜’ 덕에 분위기가 전환된다.

세 작품 모두 상처가 있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등 현실이 녹록지 않은 청춘들이 등장한다.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오는 집안 사정 때문에 일찌감치 그림의 꿈을 포기했고, 은성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태경은 경찰 시험에서 6번이나 낙방해 엄마의 부끄러운 딸이다. 그들이 겪는 초자연적인 현상은 어쩌면 답답한 현실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달뜬 열망의 또 다른 발로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들은 이같은 사건을 겪은 이후 행복해졌을까. 답은 책 속에 있다.

아무도 나를 위해 태어나지 않는다/신하루 지음/아작

호랑이 아가씨/허태연 지음/나무옆의자

꿈과 토템/은모듬 지음/민음사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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