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점으로 투자비 부담 완화·내년 주요 공장 본격 가동
현대차·포드 등 주요 고객사 신차 호재…그룹 차원 지원사격도 주목
SK온과 포드의 미국 켄터키주 합작 공장 전경 [SK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비상경영’을 선언한 SK온이 올해 내 분기 흑자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계획했던 중장기 대규모 설비투자를 연내 대부분 마무리 짓고,고강도 쇄신과 신차 효과 등을 더해 ‘흑자 궤도 진입’에 본격 도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일 SK온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통해 흑자 전환 달성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의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는 안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을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는 연내를 분기 흑자 전환 시점의 적기로 보고 있다. SK온은 지난 2021년 말 출범 이래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많이 투입된 데다가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정체기)’ 여파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굵직한 투자들이 마무리되고, 세계 곳곳에 건설 중인 주요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는 만큼 SK온이 반등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은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을 시설투자에 각각 집행했다. 올해는 7조5000억원을 시설 투자금액으로 책정한 상태다. 남아 있는 투자 소요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산된다. 30조원이 넘는 비용을 미리 쏟아부었기 때문에 SK그룹 차원에서도 SK온은 반드시 살려야 할 핵심 미래 사업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 있는 11조원의 경우 향후 수년에 걸쳐 집행될 예정인 만큼, 내년부터 실제로 매년 부담할 투자규모는 2조원에서 3조원 수준”이라며 “사실상 올해를 기점으로 투자비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 자료] |
특히 내년부터 글로벌 주요 공장들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SK온은 내년 한국 서산3 공장(14GWh 규모)을 비롯해 포드와의 합작공장인 미국 켄터키주 1공장 및 테네시주 공장(127GWh), 현대차그룹과 합작한 조지아주 공장(35GWh)을 일제히 가동한다.
예정대로 공장 가동이 현실화할 경우 2025년 SK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199GWh 이상까지 확대된다. 지난해 말(88GWh)과 비교해 2배 이상 생산능력이 커지는 셈이다.
SK온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와 포드 등이 전기차 시장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4449대를 판매하며, 월 최다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향후 출시될 전기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팅차량) ‘아이오닉9(예정)’ 등에도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점도 신차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포드 역시 지난 4월 미국에서 압도적인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다. 포드 ‘머스탱 마하-E’의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7.1% 증가한 5358대를 달성, 미국 내 전기차 판매 톱3에 이름을 올렸다. 포드 ‘F-150 라이트닝’ 역시 전년 동월 대비 95.7% 증가한 2509대가 팔렸다.
SK그룹 차원에서도 SK온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점도 반등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현재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SK온의 안정적인 상장을 위한 ‘밑그림’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온과 SK E&S 발전자회사 및 LNG 판매사업 합병 계획 등은 큰 그림에서 SK온의 상장을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계획으로 판단된다”며 “SK온의 자체 실적은 하반기 조지아 2공장에서 현대차향 물량이 출하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