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핵심 산업 부문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방침을 공식화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한다. 반도체는 25%에서 50%로 올린다. 철강과 알루미늄(0∼7.5→25%),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7.5→25%), 태양광 전지(25→50%) 등도 관세 인상품목에 포함됐다. 세율 상향폭이 기존의 대략 2~4배에 이른다. 대상은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약 24조6510억원) 규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 및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에 이 같은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첨단 기술·제품 수출입 통제 조치 등에 이어 고율의 관세 부과에도 나서면서 양국 간 통상 갈등은 전면화되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대중 관세정책에 대해 “미친 듯한 탄압” “일방적 괴롭힘” “이성의 상실”이라고 맹비난했고, 중 외교부는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대중 제재도 확대했다. 상무부는 소비자정보 유출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 커넥티드차량 관련 규정을 올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원 상임위원회는 연방기관이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 ‘바이오 보안법안’을 15일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미-중 통상 갈등 격화에 따른 장·단기 계획과 대응 전략 수립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단기적으로 일부 품목에선 반사이익이 기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엔 타격이 될 수 있다. 당장 한국산 전기차가 고율 관세가 적용된 중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중국산에 쓰이던 중간재 부품의 수출은 위축될 수 있다. 대미 수출길이 막힌 각 부문 중국산이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대거 쏟아져나오게 되면 관련 업계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중 경제 패권경쟁은 안보를 명분으로 한 첨단기술·공급망 규제와, 불공정무역을 겨냥한 관세·제재 등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시장경제 국가의 연대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가치동맹’기조와 ‘자유 무역’을 명분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요구에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부의 현명한 외교·경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