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을 두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는 올트먼에 AI(인공지능) 개발에 공익보다는 상업적인 이익을 우선시해 계약을 위반했다며,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한 이와 소송당한 이는 글로벌 테크권력의 양대 거물이다. 머스크는 오픈AI 설립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때의 동지가 소송전에 돌입하며 적(敵)으로 돌변한 것이다.
소송 배경엔 다양한 추측이 뒤따르지만 새로운 황금 시장으로 부상한 AI를 둘러싼 세기의 권력다툼이라는 게 정설이다. 머스크는 전기차·우주기술·뇌과학 등 유망 첨단 기술 분야를 리드하는 ‘테크권력’의 상징이다. 그는 미래 테크산업에서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손대는 테크사업마다 신화를 일궜다. 하지만 AI는 달랐다. 머스크가 추진한 AI사업의 성과는 지금까지는 기대 이하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AI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머스크는 올트먼에 대한 소송 이유로 “인류의 이익을 위한 AI를 개발한다는 사명을 저버렸다”며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인류를 위협할 정도의 상업적인 AI기술을 추구하면서 AI윤리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오픈AI에 대한 부러움 반, 시샘 반의 질투심이 소송 배경이라는 평가도 많다.
이 소송의 기본 행간을 완벽히 읽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전개될 수많은 AI 소송의 시발점으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는 오픈AI에 소송을 걸기 전 구글과 MS를 헐뜯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오픈AI뿐만 아니라 글로벌 테크 경쟁 기업들이 AI 시장의 지배자 위치를 굳히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소송이 향후 도래할 AI 황금 시장을 둘러싼 숨막히는 견제와 다툼의 서막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최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세계 최초로 생체정보 수집 제한, 투명성 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인공지능(AI) 규제법’에 최종 합의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EU 내에서 이를 위반 시 기업은 전체 매출의 최대 7%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AI 기술력이 뒤처져 있는 유럽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AI기업에 대한 고강도 견제로 AI 시대의 ‘파이’를 나눠먹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올해 CES나 MWC의 화두는 온통 AI가 차지했다. AI를 국가경쟁력으로 삼아야 할 우리 역시 국가 간, 글로벌 기업 간 AI전쟁 법적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