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투자자 무기한 연기
태국 롭부리시를 활보하는원숭이들.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태국 중부 롭부리시가 원숭이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원숭이 도시’로 불리며 경제적인 면에서 원숭이가 효자 노릇을 했으나 이제는 원숭이 때문에 관광객과 투자자를 잃는 지경이 됐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500마리로 불어난 원숭이가 롭부리 도심 곳곳을 습격하며 상점이 영업을 중단하는 등 관광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핑야 쇼핑센터의 수라차트 찬프라싯 대표는 원숭이들이 상점가에 몰려들어 매장을 둘러보던 손님을 방해하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쇼핑센터 상인들은 원숭이들이 파손한 가게 유리창과 천장을 수리하는데 돈을 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원숭이 때문에 방문객의 발길이 끊긴 한 쇼핑센터는 2년 전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도 주인을 못 찾았다. 그 사이 부동산 가격은 1억바트(약 37억5800만원)에서 7000만바트(약 26억3500만원)로 떨어졌다. 상가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인하해야 했다.
심지어 원숭이 때문에 투자도 끊기고 있다. 찬프라싯 대표는 “투자를 고려했던 중국 투자자가 이 지역을 다시 방문한 후 도시 중심부의 원숭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고 투자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토로했다.
태국 현지 매체인 카오소드는 “롭부리시에서 건물의 높이 제한과 문화유산 구조물의 상태를 유지하는 법령으로 인해 원숭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전했다.
태국 롭부리시에서 원숭이 떼가 활보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
원숭이 떼가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며 롭부리시는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지만 코로나19 기간 원숭이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관광객이 줄자 수 백 마리의 원숭이 무리가 도심 한복판에서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태국 정부는 원숭이 약 500마리를 중성화했지만 코로나 이후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면서 관광객들이 원숭이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퐁사톤 차이차나파니흐 롭부리상공회의소 회장은 “주요 상권이었던 랏차담노는 이제 텅텅 비었고 기업들이 떠나면서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차이차나파니흐 회장은 도시 경제를 살리고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해선 도심에서 원숭이 관리를 허용하는 법 개정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유적지가 많은 롭부리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도내 관광 활성화와 더 많은 관광객 유치에서 어떠한 정책적 차원의 도움을 줄 것인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이 도로를 따라 앉아 있는 모습. [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