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수익성·경영효율 등 모두 앞서
2018년 정의선 체제 출범 후 달라져
계열지배 부담 없어 대전환에 더 유리
26일 기아 시가총액이 현대차의 95%를 넘어섰다. 지난 2000년 이후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아가 수익성에서 이미 현대차를 제친 것이 4년 전이다. 절대 이익규모가 30%는 더 큰 현대차와 기아의 기업가치 차이가 채 5%도 나지 않는다는 뜻은 더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PER는 유동성과 미래성장성에 비례한다. 자동차 간판주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26일 현대차와 기아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까지 줄었다. 현대차 주가가 하락한 반면 기아 주가는 2% 이상 올랐다. 지난 달 28일 현대차 시총의 93%까지 올랐던 기아의 상대 기업가치는 이날 96%에 근접했다. 지난 해 기아 영업이익률은 11.63%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익괴물’로 손꼽히는 일본 토요타(2023.4~9월 11.6%)와 맞먹는다. 현대차도 전년대비 크게 개선된 9.3%를 기록했지만 기아에는 한참 미지 못했다. 기아가 현대차 영업이익률을 추월한 폭도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연간 100만대 이상 완성차를 더 파는 큰 현대차가 어쩌다 기아에 이처럼 밀리게 됐을까?
보통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통한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고정비 부담이 줄어 경영효율이 높아진다. 2023년 기아의 매출액은 현대차의 61%수준이다. 차량 평균판매가격도 현대차가 더 높다. 플랫폼 공유는 물론 본사도 같은 곳에 위치한 현대차와 기아는 사실상 한 회사처럼 경영이 이뤄진다. 경영 효율에서 큰 차이가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기아가 월등히 높다.
지난 해 기아의 매출원가율은 77.33%로 2년 연속 70%대를 유지했다. 현대차도 79.4%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70%대에 재진입했지만 기아에 못미쳤다. 판관비율은 기아가 11.04%로 양사 통틀어 최근 10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현대차도 11.28%로 처음으로 11%대에 올랐지만 역시 기아만 못했다. 효율 차이가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은 지배구조다.
먼저 외형적으로 현대차는 기아보다 연결재무제표로 연결된 기업이 더 많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같은 금융부문, 철도차량을 제작하는 현대로템 등이다. 완성차 부문보다 수익성이 낮은 이들 종속 기업들의 실적이 현대차의 몸집을 무겁게 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 최근 부진한 해외 계열사들도 현대차에 종속된 기업이 많다. 달리 말하면 기아는 온전히 자동차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에서 미래가 유망한 분야는 자동차다. 자동차에 가장 특화된 곳이 기아인 셈이다.
내용면에서는 2018년 정의선 체제 출범을 주요한 이유로 꼽을 만하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 열풍을 이끌 정도로 잘나가던 현대차그룹은 2013년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제너시스 승용차에 집중하면서 커지는 레저용차량(RV)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14년 7.4%에 달했던 현대차와 기아의 합계 영업이익률은 2018년 2.37%까지 추락한다. 그런데 2018년 정의선 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후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다.
2019년 양사 매출액은 무려 8.55% 성장하고 영업이익률도 3%대로 복귀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에 주춤했지만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한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6%, 2022년 7%를 넘어서고 2023년에는 10%도 돌파한다. 매출액 성장율과 영업이익률 모두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앞섰다.
올해의 시선도 기아가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기아의 올해 목표는 매출액이 작년 대비 1.3% 증가한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12조원이다. 달성되면 영업이익률은 지난 해보다 0.3%포인트 높아진 11.9%가 된다. 현대차의 올 매출 목표는 전년대비 4~5% 증가한 170조원, 영업이익은 16조50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로는 9%로 지난해 보다 0.3%포인트 낮아진다.
향후 자동차 업계의 숙제는 대전환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수소 등 친환경 연료로의 에너지 전환, 이동수단에서 이동공간으로의 전환, 2차원(지면)에서 3차원(공중)으로의 영역전환, 그리고 인간에서 인공지능(AI)로의 운영주체 전환 등이다. 신차 개발에서부터 생산, 유통, 유지, 재활용 등에서 혁명적인 변신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오랜 기간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면 생존이 어렵다는 뜻이다. CEO가 얼마나 미래비전을 가지고 이를 잘 준비하는 지가 관건이다.
다행히 미래 비전 면에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1,2위인 일본 토요타나 독일 폭스바겐 보다는 앞선 것으로 보인다. 덩치가 크고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전환에 따른 기회비용도 커지는 법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기아가 현대차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정몽구 회장 중심에서 정 회장 중심으로의 지배구조 개편이 아직 미완이다.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도 필요하다. 테슬라, BYD, 애플카 등 새로운 경쟁자와의 본격적인 승부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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