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68일만에 100만개 판매 돌파
김밥과 도시락 사이 ‘알찬한끼세트’
4일 백수련 GS리테일 식품개발팀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를 설명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김밥계의 전통강자 참치마요김밥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편의점 GS25가 지난해 10월 25일 출시한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 얘기다. 알찬한끼세트는 출시 68일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알찬한끼세트를 만든 백수련 GS리테일 식품개발팀 연구원을 4일 만나 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 연구원은 13년간 샌드위치, 햄버거, 핫도그 등 GS25의 신선 간편식을 만든 식품영양학 전문가다. 2017년 대게딱지장 붐이 불었을 때는, 하루 만에 대게딱지장주먹밥을 개발했다. 그는 “매년 약 25개의 제품을 기획하고, 소스부터 대량 생산 레시피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백 연구원은 고물가에 따른 절약 소비 트렌드 속에서 소비자가 찾는 ‘김밥과 도시락 사이’ 제품을 고민한다. 그는 “고객이 남기지 않는 메뉴로, 가격을 3000원 이하여야 한다”면서 “아침 식사로, 점심엔 컵라면과 함께, 저녁엔 야식으로도 먹을 수 있게 활용도를 높였다”고 했다. 기획부터 생산까지는 12주가 걸렸다. 레시피를 개발하고 맛 테스트 등을 진행한 후 제조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규격화했다.
알찬한끼세트는 한 손 크기의 복합형 도시락이다. 김희량 기자 |
알찬한끼세트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플라스틱 용기에 비엔나김밥 2조각과 햄김치·계란볶음 삼각김밥, 메추리알조림이 들어간다. 이른바 복합형 도시락이다. 소비자 중 60%가 20대 이하다. GS25는 하교 후 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알찬한끼세트는 같은 해 7월 출시한 더빵빵참치마요김밥이 기록한 기존 100만개 판매 기록(74일)을 10일 먼저 달성했다.
컵라면과 함께 찾을 줄 알았던 알찬한끼세트는 연구원의 예상을 비켜 나갔다. 병행 구매 품목 1위는 맥주였다. 백 연구원은 “사실 일반 도시락은 양이 많고 부담스러운데 맥주만 먹기엔 밥이 아쉬운 경우가 있지 않느냐”며 “부담을 줄이면서 400㎉ 이하라는 점이 그 공백을 채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알찬한끼세트는 김밥과 메추리알 조림이 담기는 부분의 단차를 줘 조림의 액체가 김에 스며들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김희량 기자 |
백 연구원이 특히 공을 들인 건 용기다. 음식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그래서 그에게는 음식이 담기는 용기도 식품의 영역이다. 메추리알 조림에서 나오는 국물이 김밥 김에 묻지 않도록 엄지손가락 하나 정도의 공간에 단차를 줬다. 0.5㎝가량 높게 만든 것이다.
그는 “삼각김밥보다 용기 높이가 낮으면 찌그러져 보이고 용기가 너무 깊으면 주먹밥이 작아 보여 간격 조정을 20번 이상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 작업자가 음식을 담을 때 쉬워야 하고, 진열하는 판매자와 취식하는 고객도 어려움이 없는 방법을 계속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4일 백수련 GS리테일 식품개발팀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를 들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
식품개발 연구원으로 고충은 없을까. 백 연구원은 평소 음식을 온전한 모양으로 먹는 경우가 드물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구원들은 일종의 해체 전문가”라며 “오늘도 샌드위치를 분해해서 먹었는데 무엇이 들어가고 조리됐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편의점에서 사람들의 취식 패턴을 분석하다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받는 일도 있었다. 백 연구원은 “저는 매장에서 쇼케이스(식품 진열 냉장고)를 응시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소비자가 왜 저걸 사고, 뭘 같이 담는지 관찰하다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300개의 간편식을 개발한 백 연구원은 편의점 음식의 탄생 배경에는 반드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음식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조미료는 정성이라 생각해요. 저는 일할 때 입으로 ‘정성이 들어가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공장에서 만든 음식이지만, 먹는 사람이 지을 표정까지 고민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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