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체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치권 전반에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부터 확연히 차별화 된다.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되 그 과실은 챙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직 동료 시민과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헌신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정계 입문을 국회 진출 교두보로 여기는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신선한 모습이다.
의원불체포 특권 서약을 하는 인사들만 총선 공천을 하겠다는 ‘특권 내려놓기’ 의지도 평가할 만하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고 하나 특권 의식에 젖어있는 기성 정치권 전체에 대한 쇄신과 경고도 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일주일만에 8%대에서 2%대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 위원장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의 반영인 셈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범의 닻을 올렸지만 한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의 지적처럼 지금 국민의힘은 ‘9회말 2아웃’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이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대패’했던 지난 총선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면 우선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특정 지역과 직역에 치우친 인사,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지지율을 까먹는 많은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인적 쇄신이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혁신만이 한동훈 체제와 여권이 사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공천이 인적 쇄신의 한마당이 돼야 한다. 특정 지역을 배제하고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공략할 개혁적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고루 중용해야 한다. 특히 ‘한동훈식’ 세대교체에 사활을 걸 필요가 있다. 도덕성과 실력을 고루 갖춘 인재 확보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연과 지연을 배제하며 인재 풀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발탁된 인사가 전면 배치되면 그 자체가 최선의 혁신이고 변화다.
정치권에 일기 시작한 ‘한동훈 바람’에 대해 민주당은 ‘윤석열 아바타’의 ‘정치 초보’ 행보라며 폄하하고 있다.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변화에 상응하는 혁신이 없이 계속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4년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은 결국 변화와 혁신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주도권을 한 위원장이 쥔 형국이지만 게임은 이제부터다. 치열하고 건강한 정치권의 혁신 경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