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한동훈 비대위’가 26일 출범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주도하는 비대위 구성이 이번 주중 마무리되면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총선 체제를 갖추게 된다. 내년 총선은 결국 여야간 ‘변화와 혁신’의 대결이 될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이 한 전 법무부장관을 논란 끝에 구원투수로 내세운 것도 결국 이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극약 처방인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민심의 흐름은 읽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당장 총선 공천의 예비단계인 공천검증위 심사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줄줄이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공천학살이 시작됐다는 흉흉한 소리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고문치사 연루 의혹과 보복운전 등의 이유로 탈락하게 되자 극성지지층들이 몰려와 구명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공천=당선’이라는 호남지역에서는 이른바 ‘찐명’ 후보자 사진과 명단이 나돌고 있다. 급기야 지난 대선 당내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면서 자칫 당이 분열될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작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당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비주류 인사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경청했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원론적인 화합론만 언급할 뿐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원로 인사인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엊그제 회동해 당내 상황을 크게 걱정했다고 하는데 이조차 귀에 담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두 전직 총리는 특히 공천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도도한 변화와 혁신의 흐름에 함께 발을 맞추지 못하면 어떠한 정치세력도 살아남기 어렵다. 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고 그 나머지는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혁신의 기치를 다시 올리고, 변화의 경쟁에 동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1970년대 출생인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789세대’(70·80·90년대생)로의 교체론을 준비하고 있다. 그 대척점은 두 말할 것 없이 민주당 주류 세력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다. 총선 전쟁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민주당이 한가하게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을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혁신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면 냉혹한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보다 민주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