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탄핵’을 놓고 파열음을 냈던 여야의 대치정국이 풀릴 기미가 요원하다. 오히려 일촉즉발의 확전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처리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에 이은 ‘쌍특검 정국’이 예고된 것으로, 여야의 사생결단식 일대 충돌음이 요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야의 한없는 대치로 처리가 급한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협상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과 민생안은 국회 본연의 임무라는 점에서 이를 외면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헤게모니 싸움에 열중하는 정치권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1차적으로는 거대 의석수(168석)을 앞세워 민생보다 탄핵과 특검정국으로 몰아부치는 민주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매우 시급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는 국회에서 제때 매듭 짓지 못했고, 현재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예결위는 지난달부터 예산안 조정소위를 통해 정부 예산안(657조원 규모)을 심사했지만 R&D 예산과 새만금 사업 등을 둘러싼 여야의 큰 견해차로 일부 감액 심사만 끝냈을 뿐이다. 증액 심사는 첫단추도 꿰지 못했다. 본격적인 예산안 협의를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쌍특검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하면서 예산안 합의 처리는 결국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넘길 게 확실하다. 국회는 지난해에도 정쟁에 몰두한 나머지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이 20여일 지난 12월24일에야 겨우 처리했었다. 데드라인을 향해 예산안 시계는 이렇듯 째깍째깍 울리고 있는데, 올해도 ‘지각처리’가 확실시되면서 국민들의 시선은 불편하다. 예산안은 나라 살림으로,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일이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고도의 설계를 통해 적재적소 안배함으로써 가뜩이나 허리가 휜 서민들의 삶을 위로해줘야 한다. 정쟁에 밀린 예산안의 촉박한 처리는 밀실 심사나 깜깜이 예산 편성 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생법안의 폐기 위기도 심각성을 더한다. 국회에선 대규모 전세사기범에 대한 가중 처벌, 공중협박죄 도입 법안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순직 군경 유족 국가배상 법안도 계류 중이다. 다 민생과 밀접한 법안이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결구도로만 치닫는다면 이번 국회의 임기 만료와 함께 이들 법안은 폐기될 운명이라는 게 중론이다. 21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민생외면 국회’였다는 오명을 쓰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