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경제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적 우세로 밀어붙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한데도 강행한 것은 총선 지지층 보여주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애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준비했지만 전격 철회했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해 플랜B로 돌아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면 6개월간 업무가 정지된다. 여야는 “이동관 지키기 꼼수” “정부 부처 손발을 묶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선거용 정략 등 날선 비판으로 다시 극한 정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넓히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해 산업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9명에서 21명으로 늘리도록 한 방송3법 역시 야당 성향의 위원들이 늘어난다며 여당이 반발해왔다. 양측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법안이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마땅하지만 민주당은 강행 처리했다.
이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는 더 우려스럽다. 탄핵의 근거가 되는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 혐의가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가짜 뉴스를 빌미로 언론을 겁박한다며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지만 탄핵감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정섭 검사에 대해선 2년 전 공짜 스키를 탔다는 의혹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이 검사가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 책임자여서 보복성 탄핵이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공정한 수사를 저해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야당의 수적 우세를 막을 길이 없다 해도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못한 책임도 크다. 여당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애초 공언한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며 법안 통과를 그냥 지켜봤다. 법안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정쟁에 매달리는 사이 민생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킬러규제혁파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 민생 법안이 줄줄이 멈춰선 상태다. 민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만 따진다면 국민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