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약 8개월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거래 적발 등으로 국내 개인투자자 사이에 공매도 폐지 여론이 들끓자, 금융감독당국이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발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입을 빌렸지만, 실상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여당의 강한 압박이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중순부터 공매도 전면 중단을 주요 의제로 밀었다.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자 5만명을 넘긴 영향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과 함께 1400만명에 달하는 ‘개미(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총선 전략 2탄인 셈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되갚는 투자전략이다. 선진국 증시에서 보편화된 공매도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많은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차입 상환 기간과 담보비율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에 비해 엄격한 조건을 적용받는다. 이런 연유로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 대 기관·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대98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 “정보와 자금력을 갖춘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장난질에 개미만 쪽박 찬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불법 공매도의 타깃이 된 종목이 1212개, 거래주식이 1억5000만주가 넘지만 과징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고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최근에는 일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무차입) 먼저 팔고 나중에 빌리는 식의 불법 공매도로 증시를 흔들기도 했다. 시장을 교란해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공매도 세력은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금감원이 특별조사단을 꾸려 글로벌 IB 전수조사에 나섰고 적발시 적극적인 형사고발과 함께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은 늦었지만 적절한 대응이다.
그렇다고 무려 8개월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꺼내든 것은 과도하다. 사실 공매도는 시장의 가격 거품을 막고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 공매도 원천 차단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외국 자본 유입 확대를 가로막은 요인이 될 수 있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건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등 세 차례인데 지금 주식시장이 이때와 비견될 상황이 아니고 당시 외국인 투자액은 더 줄거나 유출이 더 커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다. 자칫 ‘금융 쇄국’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한시 조치를 조기 종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