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상품 비중 늘려 판매 독려할 듯
10일 오후 벼 수확기를 맞은 충남 부여군 임천면 한 벼 보관창고에 수확한 쌀 포대가 쌓여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부가 쌀 과잉공급의 대안으로 내세운 ‘가루쌀’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1월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유통사 MD(상품 기획자)를 대상으로 가루쌀 홍보 설명회를 열 계획으로 확인됐다. 유통업계에서도 가루쌀 확대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라 앞으로 가루쌀 제품들이 시중에 더 많이 풀릴 전망이다.
가루쌀을 활용해 만든 ‘오예스 위드미(with 米)’ 제품. [해태제과 제공] |
3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농식품부는 11월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사 MD들을 초청해 ‘가루쌀 홍보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유통사 MD들에게 가루쌀 공급 확대 전략의 취지와 가루쌀로 만든 제품과 앞으로 만들 제품들을 알릴 예정이다. 더 나아가 유통업계에게 가루쌀 상품 비중을 늘려 판매를 촉진에 동참해 달라고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가루쌀이란 쉽게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을 말한다. 최근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바로미2’가 대표적이다. 가루쌀을 사용하면 떡볶이, 빵, 국수, 과자 등 가공식품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전분 구조이지만 쫀득한 식감을 만드는 성분인 글루텐은 없다. 최근 글루텐이 없는, 소위 ‘글루텐-프리’ 식품이 유행하며 쌀가루 제품의 효능도 올라가고 있다.
김홍국(왼쪽 세 번째)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달 ‘NS 푸드페스타’에서 가루쌀로 만든 라면을 정황근(왼쪽 두 번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소개하고 있다. [NS홈쇼핑 제공] |
정부에서는 자급률이 낮은 밀을 대체하고 매년 과잉생산되는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가루쌀을 내세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쌀 자급률은 84.6%이었는데 비해 밀 자급률은 1.1%에 그쳤다. 쌀 소비량도 계속 줄고 있다. 1인당 쌀소비량은 ▷2018년 61㎏ ▷2019년 59.2㎏ ▷2020년 57.7㎏ ▷2021년 56.9㎏ ▷2022년 56.7㎏으로 최근 5년간 매년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떡류, 주류, 즉석식품류 등에 국한된 쌀 가공식품 범위를 넓혀 기존 쌀 가공식품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루쌀 소비를 촉진시킬 계획이다. 앞서 3월 ‘2023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수행할 식품업체 15개소와 제품 19개를 선정하기도 했다.
SPC삼립의 가루쌀 베이커리 제품 2종. [SPC삼립 제공] |
이런 정부 방향에 호응해 식품업체들도 속속 가루쌀 제품을 내놓고 있다. SPC는 8월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2종(가루쌀 식빵·가루쌀 휘낭시에)을 출시했다. 같은 달 대전 빵집 성심당도 가루쌀빵 2종(쌀미(米)쉬폰·초코미(米)마들렌)과 3종(마라미(米)고로게·김치볶음빵·시나몬돌돌빵)을 선보였다. 하림도 가루쌀 라면 2종(얼큰 닭육수 쌀라면·맑은 닭육수 쌀라면) 신제품을 8월에 출시했다.
10월에는 해태제과가 국내산 가루쌀을 활용한 ‘오예스 위드미(with 米)’를 한정판으로 출시했고, 샘표는 농촌진흥청과 바로미2를 활용한 고추장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통사들도 정부의 가루쌀 확대 정책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마트 MD는 “가루쌀 장려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쌀을 구매하게 되면 쌀 농가에게 소득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가루쌀의 경우 최근 가격이 상승한 밀가루를 대체해 베이커리나 과자의 원재료로도 사용될 수 있는 만큼 물가안정에도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 편의점 MD도 “많은 농민과 상생하기 위해 가루쌀을 활용하는 쌀 소비 촉진 운동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며 “가루쌀로 만든 상품을 도입하는 것 또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