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으로서 국방 의무는 가장 먼저 할 일”
병무청, 입대 전·복무 중·전역 후 맞춤형 예우 노력
2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질병 등 사유로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 등 처분을 받았지만 치료 후 자원해 현역병으로 입영하거나 외국 영주권자임에도 스스로 귀국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원병역이행자는 1709명에 이른다. 자료사진. [육군훈련소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입대 회피는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해외에서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한국인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의 평화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하게 됐습니다”
학창시절을 중국에서 보내고 싱가포르경영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의무 이행 대상이 아니지만 자원입대해 기상관측병으로 복무중인 임서혁 육군 병장은 굳이 입대하지 않아도 됐지 않느냐는 질문에 애초부터 입대 회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2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질병 등 사유로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 처분을 받았지만 치료 후 자원해 현역병으로 입영하거나 외국 영주권자임에도 스스로 귀국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원병역이행자’는 1709명에 이른다.
2007년부터 올해 6월 현재까지 치면 총 1만6530명이 자원병역이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처음에는 영주권 병사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질병치유 및 학력변동, 4급 현역복무선택, 그리고 체질량지수(BMI) 값이 4급 범위지만 본인 희망으로 3급 현역병 입영대상자 신체등급을 받는 ‘바로 위 신체등급 희망’ 현역복무까지 확대됐다.
특히 자원병역이행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366명으로 시작해 2009년 773명, 2017년 1180명으로 각각 처음으로 700명과 1000명선을 넘었다.
올해는 6월 기준으로 이미 1709명을 기록해 역대 가장 많았던 2021년의 185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질병 등 사유로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 등 처분을 받았지만 치료 후 자원해 현역병으로 입영하거나 외국 영주권자임에도 스스로 귀국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원병역이행자는 1709명에 이른다. 자원병역이행자 현황. [병무청 제공] |
이들의 자원입대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대한민국 남성이기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민 가 영주권을 갖고 있던 강민구 육군 병장은 “다른 나라에서 생활을 시작할 때 소속감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 자원입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 병장은 155㎜ 자주포병으로 임무를 수행중이며 특급전사와 포대 모범용사 등 공적을 인정받기도 했다.
과테말라에서 태어나 베트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양준 해군 상병은 “두 나라에서의 경험을 통해 국방에 대한 자발적인 의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군복무가 주는 장점에 대한 아버지의 말씀과 군 경험을 통해 발전하는 것 또한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해군으로 자원입대했다”고 말했다.
양 상병은 항만경비정 추진기관병에 이어 해상이동장병 숙소 관리병으로 복무중이다.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자인 이윤호 해병 상병은 “각 나라의 시민으로서 이행해야 하는 의무들을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무리 미국에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한들 인종적·문화적 뿌리는 한국인으로서 애국심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상병은 81㎜ 박격포 계산병으로 해·강안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중이다.
질병 등의 이유로 병역의무가 감면됐지만 현역병으로서 자발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동근 육군 상병은 “입대를 통해 국방의 의무에 이바지하고 인구감소로 인해 입대인원이 부족해지는 시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군 생활을 통해 자기 성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입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155㎜ K-55A1 자주포병으로 복무중이다.
어릴 적 심장수술을 받았던 김진협 공군 상병은 “심장수술 진단서와 소견서를 제출하면 4급으로 판정나는 게 확정이었지만, 군대를 통해 한계를 경험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해 4급으로 현역복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상병은 제19전투비행단 행사병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도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현역입대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원입대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입영 전과 복무 중, 전역 후로 나눠 예우를 확대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애국심 고취와 자랑스러운 병역문화 조성을 위해 ‘나라사랑지킴이 자원병역이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예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입영 전에는 본인 입영 희망시기 우선 반영, 모집병 지원시 가산점 부여 선발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복무 중에는 자원병역이행 모범병사 초청 격려행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전역 후에는 병역명문가 선정시 예우와 자원병역이행 전역자 명예증서와 본인 희망시 병적증명서에 기재해 발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원입대한 영주권자 병사의 경우 휴가 기간 본인의 시민권 또는 영주권 국가로 출국할 때 최대 3회의 왕복 항공료, 그리고 전역 후 출국시 항공료도 지급한다.
2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질병 등 사유로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 등 처분을 받았지만 치료 후 자원해 현역병으로 입영하거나 외국 영주권자임에도 스스로 귀국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원병역이행자는 1709명에 이른다. 최근 5년 간 영주권 자원병역이행자 국가별 현황. [병무청 제공] |
자원병역이행자의 부모들도 긍정적인 평가 속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질병 치료 후 자원해 현역병으로 입대한 최현수 상병의 어머니는 병무청이 지난달 자원병역이행자 중 육·해·공군·해병대에서 모범병사로 뽑은 장병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격려행사에서 영상편지를 통해 “아들이 군에 입대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많이 혼란스러웠지. 굳이? 왜? 군대를 가려고 할까?”라며 “아들이 군대를 가야 할 이유를, 그리고 군대에서의 목표를 이야기해줬을 때 너를 응원하기로 했어”라고 말했다.
송지승 일병의 어머니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 가야 되지만 가고 싶어하는 남자는 드물거야. 특히 우리 지승이처럼 해외 영주권자 입장이라면 더 그렇지”라면서 “주변에서 굳이 왜 자원해서 가냐고 질문들 많이 하는데 아들이 대한민국 남자로 당당하고 떳떳하게 서고 싶다고 선택해 자원입대했는데 잘 적응하고 잘 견뎌주고, 모범병사로까지 선정됐다니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라고 격려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병역이행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사람이 사회에서 예우받는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달 14일 대전 유성구 계룡스파텔에서 열린 자원병역이행 모범병사 격려행사에 참석해 표창장 수여 후 모범병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