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볼보는 T맵, 벤츠·렉서스는 ‘아틀란’ 연계
‘자율주행’ 앞둔 車업계…국산 내비와 제휴 늘듯
티맵을 탑재하고 있는 스웨덴의 완성차업체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료사진. [볼보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완성차 업계가 국내 내비게이션 및 지도 정보 업체와 제휴를 통해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앞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길치 내비게이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수입차의 ‘반전’ 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업체인 비야디(BYD)는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도를 시작한 전기트럭 T4K에 티맵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했다. 앞서 티맵(T-Map)을 직접 탑재한 볼보와 지프(레인지로버), 또 티맵 제작사인 SK텔레콤과의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맺은 독일 자동차업체 BMW에 이은 결정이다.
내비게이션 아틀란을 제작하는 맵퍼스는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업체에 내비게이션을 공급하고 있다. 벤츠 S클래스, 폭스바겐 파사트·티록에는 지도데이터와 외부기기 커넥티비티 기술을 제공한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와 손을 잡는 건 ‘구글 지도’ 문제 등 원활한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3년 내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2만46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입차 운전자 중 순정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는 소비자는 38%에 그쳤다. 순정 내비게이션 사용률이 68% 수준이던 국산차 소비자보다 30%포인트 이상 적은 이용률을 보인 것이다.
국산차 중에서도 자체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현대차(제네시스 81%, 현대차 74%, 기아 69%)와 아이나비를 쓰는 KG모빌리티(61%), 티맵을 쓰는 르노코리아(60%)의 이용률은 높았지만, 지난 2019년부터 미국 회사인 텔레나브로 내비게이션 이용사를 바꾼 GM한국사업장(23%)은 순정내비 이용률이 떨어졌다.
이종호 티맵 대표가 지난 3월 볼보 글로벌 최고경영진의 방문 당시 티맵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김성우 기자] |
외국 내비게이션들이 국내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지난 2015년 시행된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 법은 16조 ‘기본측량성과의 국외 반출 금지’ 조항을 통해서 ‘지도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 속에서 정밀 지도 정보를 국외로 유출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글로벌 기업 구글은 지도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국토교통부에 5000대1 축적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 저장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대부분 해외 지도업체가 최신 도로사정을 반영한 지도를 국내에서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외국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지도로 내비게이션을 제공하는 것보다 국내 업체와 제휴를 통한 서비스가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는 자동차 숫자 대비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지도 업체가 많아 추가 업데이트가 활발하다. 자연스레 자체 서비스를 만들고 공급하는 것보다 협력업체를 구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앞으로 수입차와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의 협력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저용 차량(RV)’ 수요가 늘고 자동차의 디지털화와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추진되면서 내비게이션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길잡이 역할’에 그쳤던 내비게이션은 실제 주행을 담당하는 ‘방향키’를 잡게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들어가는 지도데이터는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있어서는 핵심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티맵이나 시터스, 맵퍼스와 같은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몸값은 앞으로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차량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운전자가 조작하고 있는 모습.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