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대부분 ‘배터리 문제’가 대부분
겨울이면 약해지는 배터리...완충 줄여야
겨울철 전기차는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고 난방에 전력을 소모해 주행가능거리가 상온에 비해 40%까지 떨어진다. 겨울철 양재 솔라스테이션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테슬라와 현대차 등, 영업 목적으로 법인 전기차 두 대를 운용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업가 박모(35) 씨는 겨울만 되면 골머리를 썩는다. 공식주행거리 500km가 넘는 전기차 두 대가 겨울만 되면 주행거리가 300km 미만으로 뚝 떨어져서다. 박 씨는 “연초 미팅이 많은데 날씨까지 추우니, 미팅 장소를 조금만 옮겨 다녀도 배터리가 다 닳은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역대급 한파’를 맞은 전기차 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동계시즌에는 늘 부족한 충전소와 짧은 주행거리로 애를 먹는데, 평소보다 더욱 추워진 날씨 탓에 전기차 주행거리가 큰 폭으로 감소해서다. 갑자기 ‘뚝’ 떨어진 성능을 보면서, 비싼 돈 주고 산 차량이 망가진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실제 보험사 자동차 긴급출동 건수를 보면 전기차 신고 접수는 여름보다 겨울에 많이 늘어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긴급출동 건수는 7월과 8월 평균 2317건과 2757건이었던 반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3003건과 3662건으로 증가했다. 이중 대부분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출동건수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26일 완성차업체와 환경부가 정리한 ‘겨울철 전기차 성능 저하 요인과 관리 방법’ 자료 등에 따르면 추운날 전기차 전비가 떨어지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온(영하 6.7도)에서는 상온(23~25도) 대비 20%가량 전비가 낮아진다. 환경부 인증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 5 2WD 롱레인지 20인치는 주행거리는 상온에서 405㎞, 저온에서 354㎞다. 기아 EV6와 테슬라 모델Y는 상온과 저온의 주행거리 차이가 각각 44㎞, 69.3㎞에 달했다.
전기차 배터리 내부는 액체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이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을 오갈 수 있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전해질이 굳으면서 내부 저항이 커지게 돼 효율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겨울철이면 사용이 느는 차량 공조시스템도 전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의 폐열을 이용해 따뜻한 바람을 만들어 히터를 켜도 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전기차는 엔진열 난방이 되지 않는다. 히터를 켜면 추가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충전 중 원격 히터 작동’과 완충 빈도 줄이기로 배터리 문제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기차는 한달에 한번가량 완충하는 것이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일 때 완속으로 100%까지 충전하면 좋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배터리 잔량을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전기차는 충전 중 차량 배터리 소모 없이 히터를 작동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서 원격 예약 공조시스템을 먼저 가동한다면 차를 따뜻하게 데우는 데 들어가는 전기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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