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갔다가 군면제 받고 병역면탈 수법도 고도화
인구절벽과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한국군 총병력이 내년 5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불법 군면제는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병역기피자 정보공개제도’ 등 대응은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료사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인구절벽과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한국군 총병력이 줄어들고 있지만 불법 군면제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병역기피자 인적사항 공개’ 등 대응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학과 여행 등을 이유로 해외장기체류 인원 중 전시근로역 편입을 받는 인원은 462명에 달했다.
전시근로역은 전시에만 소집돼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사실상 병역면제와 큰 차이가 없다.
2011년 29명이었던 전시근로역 편입은 올해 6월말 기준 63명으로 10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유학, 단기여행, 연수훈련 등이 이유였다.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미비했다.
최근 10년간 불법 군면제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462명 중 21명으로 4.5%에 그쳤으며, 그나마 기소유예 4건을 제외하면 18건으로 3.7%에 불과했다.
병무청은 입대연령 상향, 형사고발, 여권발급 거부·제한, 인적사항 공개 등으로 제재하고 있지만 해외로 나간 인원에 대한 추가 조치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병무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병역기피자 정보공개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맞아 공개한 병무청의 병역기피자 인적사항 공개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 병역기피자 553명 중 올해 8월까지 병역의무를 이행한 인원은 13명으로 2.5%에 불과했다.
현역입영 기피, 판정검사 기피, 사회복무 기피 등의 이유로 인적사항이 공개된 744명 중 병역의무를 이행한 인원은 344명으로 42.6%에 그쳤다.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에 비해 비율은 높지만 역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 의원은 “현행 병역기피자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결국 해외 도피가 병역기피의 지름길임을 홍보하는 우스꽝스런 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병무청에서 법무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조속한 협의에 나서 해외 도피 병역기피자들의 병역이행률을 높이고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병역면탈이 갈수록 고도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기 의원은 2017년 59명이었던 병역면탈자는 2018년 69명, 2019년 75명, 2020년 69명에 이어 2021년 현재 31명의 병역 면탈자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병역면탈 수법도 한달 동안 6㎏을 줄이거나 21㎏을 늘리는 등 고의적인 체중 증·감량을 비롯해 인터넷에서 습득한 정보를 활용한 정신질환 위장, 고의적인 전신 문신 시술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추세였다.
자전거 경적과 응원용 에어혼에 장시간 귀를 노출해 청력마비를 위장하는 청력장애 위장과 손가락에 물 묻은 밴드를 붙이고 주먹을 쥐어 다한증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 의원은 “최근 병역 면탈 유형을 살펴보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적인 양상을 보인다”며 “변모하는 행태에 맞춘 수사기법과 인력 보충 등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군은 양적 군대를 질적 군대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국방개혁 2.0’ 구상에 따라 2017년 61만8000여명에 달하던 총병력을 내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이는 6·25전쟁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