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이미 항모 보유…韓 항모 도입 여론 확산
합동참모본부가 작년 연말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경항모 건조사업 소요(연구개발) 결정을 내리면서 경항모 도입 불씨를 살렸지만 아직 넘어야할 고비도 많다. 해군의 경항모 홍보물. [해군 제공]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항공모함 보유국 한국으로 가는 항로가 드라마틱하다. 해군의 오랜 숙원인 한국형 항공모함, 경항공모함(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건조사업은 2019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고 2020년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계획이 수립되면서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경항모 건조를 위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연구용역비 1억원만 편성되면서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런데 합동참모본부가 작년 세밑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경항모 건조사업 소요(연구개발)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반전을 맞았다.
▶“한반도가 불침항모(不沈航母)” 무산 위기=한국의 경항모 구상의 시작은 김영삼 정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해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및 억제를 목표로 했는데 1980년대 이후 이 같은 해상억제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서부터 연해를 벗어나 원해 작전까지 수행가능한 ‘대양해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항모 보유 계획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이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이다. 안 전 총장은 1995년 취임 이후 한국형 기동함대 창설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대양해군을 전면 내세웠다. 1996년 4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경항모 도입 계획 재가를 이끈 것도 그였다.
일본과 독도 영유권 갈등이 결정적 배경이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은 경항모를 ‘신의 한수’로 여겼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데다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不沈航母)이기 때문에 항모가 필요 없고, 항모 건조·운영·유지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게 낫다는 논리였다.
▶中·日 해군력 증강과 아덴만 여명작전 반전=경항모 논의는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런 흐름은 2000년대 들어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해군력, 특히 항모 전력 증강이 경쟁적으로 벌어지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중국은 2012년 첫 항모인 랴오닝함을 취역한데 이어 2017년 6만7000t급 산둥호를 진수했고 향후 4개 항모전단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역시 2008년 경항모 전환이 가능한 1만8000t급 후유가급 헬기 호위함 2척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7년 최대 20여대 항공기 탑재가 가능한 2만7000t급 이즈모급 항모를 전력화하며 사실상 항모 보유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일본과 각각 독도, 이어도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항모 보유를 비롯해 해군력을 증강해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아덴만 인근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를 해군 구축함 최영함과 특수부대원들이 구출해낸 ‘아덴만 여명작전’은 이 같은 여론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이후 국방부와 해군은 사실상 항모를 상정한 ‘한국형 상륙강습함’ 운용개념 검토와 1만9000t급 마라도함의 경항모 개조 검토를 거쳐 마침내 경항모 도입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항모전단 구성·수직이착륙기 등 난제도 산적=일단 합참의 소요 결정에 따라 경항모 건조 사업은 다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군은 소요 결정에 따라 올해 국방중기계획에 재반영하고 사업예산도 다시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역시 올해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2022년 기본설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경항모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유도탄고속정과 소형 잠수함, 지대함미사일 등에 중점을 둔 북한 해군전력을 감안할 때 경항모와 같은 대형함정은 큰 표적이 될 뿐이라며 한반도 작전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항모전단 운영을 위해서는 경항모만이 아니라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 정찰자산 등을 확보해야하는데 국방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경항모 건조 뒤 탑재할 함재기를 둘러싼 논쟁도 뒤따른다. 군 당국은 F-35B 도입에 긍정적인 기류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항속거리, 무장능력, 도입비용, 군수지원, 항공산업 파생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자체 개발중인 한국형전투기(KFX)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항모 보유국 한국으로 가기까지 남은 항로가 여전히 멀고 쉽지만도 않은 셈이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