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 대체수요 칠레산 등도 인상 나서
국내산 수급불안정 속 외식업계 우려 커져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독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독일산을 포함해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채솟값 등도 크게 오른 상황에서 외식업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수입육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거래처들에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산은 물론이고 이를 대체할 다른 수입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축산 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이에 최근 배달시장이 활성화하면서 크게 늘어난 배달 전문 고깃집 등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배달 전문점들은 독일산을 포함해 네덜란드산, 미국산 등 수입산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국산 냉장 삼겹살이 1㎏ 당 2만2450원(KAMIS 농산물 유통정보 소매가 기준)인 반면, 수입 냉동 삼겹살은 그 절반 수준인 1만790원으로 단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칠레산 고기를 써서 딱히 영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수입)업체로부터 1㎏ 당 1000원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상차림에 나가는 상추랑 풋고추 값도 올라 힘든데 장사할 의욕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배달 전문 보쌈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독일산 보쌈고기를 쓰고 있는데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이번주부터 네덜란드산도 공급받기로 했다”며 “배달 식당이 갑자기 많아져서 매출도 예전같지 않은데 수입고깃값마저 오르면 버티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가뜩이나 국내산 돼지고기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수입산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국내산 가격도 영향을 받을라 업계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산 생족 가격은 1㎏ 당 500~1000원 가량 올랐다. 그마저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2~3일씩 문을 닫는 족발집들이 늘었다. 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도축 자체가 줄어 생족 물량이 부족해진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나마 수입냉동족으로 대체해오던 업체들도 이번 독일산 수입 중단으로 인해 대체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42만1190톤으로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의 40%에 육박했다. 국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수출국이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의 18%에 달하는 7만7818톤이 독일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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