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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韓호르무즈 파병논의 재개 가능성…日처럼 단독파병?
-지난달 호르무즈 파병 긍정 검토
-새해 미-이란 갈등에 논의 중단
-미-이란 확전 피해 또 상황 변화
-IMSC불참·단독파병 절충안 거론
지난달 27일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 장병이 파병을 앞두고 자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미국과 이란이 더 이상의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군의 이란 호르무즈해협 파병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게 되면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일촉즉발의 전장에 한국군 파병 결정을 내릴 경우 국내외에서 엄청난 저항이 예상된다.

이란 당국은 미군기지 공격 직후 미군을 돕는 국가들도 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이란을 적으로 돌릴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을 앞두고 한국군 파병 결정이 쉽게 나올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잦아드는 상황에서는 다시 파병 카드가 검토될 수 있다. 한국은 지금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하고 있다.

안보적으로 한미동맹이 중요한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 미국과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검토되는 것이 호르무즈 파병이다.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면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고, 그런 맥락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 중 하나로 파병이 검토된 것이다.

호르무즈 파병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던 지난달만 해도 상황이 많이 달랐다.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자국 및 동맹국의 선박에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제기되자 지난 7월 바레인에 사령부를 두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호르무즈 호위연합) 창설을 주도했다. 미국은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동맹국들의 IMSC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한국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해왔다.

◆지난달 파병 긍정 검토했지만…=급기야 지난달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란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긍정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3일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갈등이 고조됐고, 이란이 지난 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50여㎞ 떨어진 안바르주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중동에서의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미국이 반격을 자제하면서 전쟁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미국의 이란 요인 암살-이란의 미군기지 공격-미국의 반격으로 이어지는 전쟁 발발의 시나리오가 사라지면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달 파병을 긍정 검토했던 상황으로 돌아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만약 파병한다면 현재 주 임무지역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이 청해부대의 해군 함정을 호르무즈로 위치 이동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한국군을 해외 파병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법적 검토 끝에 새 부대를 파병한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기존 파병부대의 임무지역을 변경하는 것은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군 당국은 청와대 NSC 논의에도 이런 의견을 밝히고, 파병이 결정될 경우 청해부대 임무지역 변경을 위한 세부지침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부는 이와 관련, "호르무즈해협 국제해양안보구상과 관련해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파병 관련)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파병 결정이 내려지면 현재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DDH-Ⅱ·4400t급)이 이달 말 31진 왕건함(4400t급)과 임무를 교대하면서 임무지역을 아덴만 해역에서 호르무즈로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된다.

왕건함이 소속된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3일 아덴만 해역에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창설됐다. 지금까지 2만2400여척의 선박에 대한 안전 항해를 지원했고, 20여회 해적 퇴치 활동을 펼쳤다. 아덴만 여명작전과 한진텐진호 선원 구출 작전(2011년), 제미니호 피랍선원 구출·호송 작전(2012년), 리비아(2011과 2014년)·예멘(2015년)의 우리 국민 철수 작전, 가나 해역 피랍국민 호송작전(2018년)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호르무즈 호위연합 불참…단독파병 가능성=왕건함이 IMSC에 참여해 미국과 연합체를 이루는 방안 외에 IMSC에 불참하고 독자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활동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고,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군의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IMSC에는 불참하는 대신, 단독 파병하는 방안은 명분상 여러 정황을 고려한 절충안이어서 미국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교민 등의 안전을 고려할 때, IMSC 참여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에 1600명, 이란에 290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자국 국적의 해운회사 관련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받는 사태를 겪은 일본은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해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은 이란을 의식해 이란에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해역은 직접적으로 임무지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7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의 각의에서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병력 260여명 규모)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의결했다.

일본 자위대 호위함과 P-3C는 오는 2월부터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을 포함한 공해 등에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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