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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수단·음식배달·금융…모빌리티, 일상이 되다
대중교통·자전거 등 모든 이동 수단 연결 통합 플랫폼에서 검색·예약·결제 한번에
빅데이터 활용 음식 배달·금융 서비스도
각종 규제·사회적 갈등 등 불확실성 커
한국 최적 기반 갖추고도 투자는 미미

#. 서울 강남에서 부산 거래처로 출장을 간 A 씨. 그는 수서역까지 이동할 차량공유 서비스와 KTX 열차권, 그리고 부산 내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퀵보드까지 모두 한 개의 앱으로 예약·결제했다. 거래처에서 진행된 회의 도중 먹을 음식은 모빌리티 플랫폼의 딜리버리 서비스로 주문했고, 앱과 연동된 결제 서비스로 실물카드 없이 편리하게 계산했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4차산업혁명이 일상속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 바로 ‘모빌리티 혁명’이다.

자동차를 더 이상 ‘소유’하기보단 ‘빌려 쓰기’ 시작하면서 대중교통과 자가용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운전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던 기사와 승객의 구분까지도 모호해졌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동 수단으로서 활용되던 모빌리티 서비스는 식품·금융 분야까지 확대되며 우리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 혁명부터 음식 배달, ‘현금 없는 사회’까지=우리 삶 속에서 모빌리티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큰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차량공유서비스 ‘그랩(Grab)’이 발간한 ‘2018~2019년 사회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그랩이 동남아시아 경제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연간 58억 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그랩 플랫폼을 활용해 소득을 창출한 사람은 900만명에 이른다.

미국에서의 경제적 효과 역시 눈에 띈다. 미 차량 공유서비스 ‘리프트(Lyft)’가 내놓은 ‘리프트 임팩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8년간 200만명에 이르는 등록 운전자가 벌어들인 소득의 규모는 약 140억 달러(약 16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경제적 효과는 ‘서비스로서 이동성(MaaS·Mobility as a Service)’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며 더욱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MaaS란 대중교통과 전동 자전거, 퀵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포함한 모든 이동 수단을 연결해 경로 검색과 예약, 결제를 하나의 앱으로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의미한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선 ‘우버(Uber)’가 가장 적극적이다. 우버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 엑스’를 기반으로 향후 자율주행차, 플라잉 택시까지 하나의 앱으로 잇는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카카오가 가입자 230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T’ 앱을 기반으로 도전 중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모빌리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게 바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2016년 6만대 수준에서 2022년 20만대로 약 3.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규모로 환산했을 때 약 6000억원에 이른다. 이제 모빌리티 혁신은 이동 수단이란 틀을 넘어 일상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모빌리티 기업들이 영역을 넓혀 빠르게 안착한 분야는 바로 음식 배달 서비스다.

우버와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은 기존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구축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각 ‘우버 잇츠(Uber Eats)’, ‘그랩 푸드(Grab Food)’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핀테크 분야까지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그랩의 결제 시스템으로 출시된 ‘그랩 페이(Grab Pay)’는 현재 현금 대비 4배나 많은 결제 대금을 기록하는 등 ‘캐시리스(Cashless·현금없는) 사회’로의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중이다. 이 밖에도 그랩은 ‘소액금융 대출 서비스(grow with grab)’, ‘할부 서비스(pay later)’ 등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상품을 내놓았고,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은행 계좌 없이도 사용 가능한 ‘그랩페이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규제·사회 갈등에 투자 부담스런 한국…“모빌리티 기초체력 약화 우려”=다수의 IT업계 관계자들은 잘 이어진 교통망과 인터넷망이 구축된 한국이야말로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최적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모빌리티 사업은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모빌리티 사업자들조차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우버는 지난 2013년 한국 시장에 ‘우버 엑스’로 진출했지만 운수업계의 격렬한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2년 만에 철수했다. 지난 2017년 국내 진출 이후 사업을 확장해 온 ‘우버 이츠’조차 지난해 10월 완전히 철수했다.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카풀 사업이 사실상 금지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엔 타다 운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며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설 곳을 잃고 있다. 이는 곧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모빌리티 양대 기업 카카오와 쏘카 측이 투자 받은 금액은 500억원에 불과하다. 그랩(5조 4965억원)의 100분의 1수준에 불과하며, 우버(1조1620억원), 디디추싱(滴滴出行·2670억원), 올라(OLA·3480억원)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다.

모빌리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조차 국내 대신 해외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를 넘어 첨예한 사회적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는 국내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기초체력마저 약화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동윤·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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