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일본 수출규제로 지소미아 종료" 설명
-"일본 놔두고 한국만 두들긴다" 여론 악화
-韓정치권, 美요구 수용했다 역풍 맞을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문 대통령 바로 옆),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 군수뇌부를 맞이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한미는 서울에서 15일 열린 한미 최고위 안보협의 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핵심 현안 2가지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한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양국 군 수뇌부가 모두 참석하는 연중 가장 중요한 한미 안보협의 결과였던 만큼 향후 한국과 미국의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일단 지소미아와 방위비 문제에 있어 한미는 상반된 길을 가게 될 전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 국민의 민심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유지하려면 일본의 태도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미국의 압박대로 '지소미아 유지'로 선회할 경우 민심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방위비 인상 문제 또한 그러하다. 한국은 지난 5년간 매년 방위비로 9000억원대를 부담했고, 올해는 1조389억원을 부담했다. 방위비가 1조원을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미국은 내년부터 5조원에서 6조원 가량을 부담하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억도 아니고 5000억원도 아니고 5조원이다. 단 한 번도 아니고 앞으로 매년 5조원 이상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요구를 기쁘게 맞이할 국민은 많지 않다. 미국에 내는 한국 국민의 세금이 5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만약 이런 미국의 요구를 저항 없이 받아들일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려다 국내 지지세력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정치가들이 이런 모험을 감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주 고위급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지소미아 유지'와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고, 이번주에는 군사안보 라인을 총가동해 똑같은 메시지를 한국에 냈다. 15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주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이런 한미간의 공방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이다.
지소미아 종료 D-7 시점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방향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가했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다른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지소미아 문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한국 정부가 먼저 움직일 수 없는 영역임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문제 역시 미국의 요구대로 매년 1조원대 분담금이 내년부터 매년 5조원 이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은 향후 '한일관계 인지 감수성'을 키우지 않고서는 한미일 공조 문제를 풀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 국민이 일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고 지금처럼 '과거는 제쳐두고 안보를 우선시하자'는 논리로는 더 이상 문제를 풀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한국인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 언론 CNN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한국에 방위비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요구해 미 당국자들이 이를 만류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50억달러를 제시한 근거마저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결국 미 국무부와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트럼프를 만류해 47억달러로 낮췄으며, 미 국무부와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47억달러라는 금액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의 한 보좌관은 이와 관련 "무엇을 근거로 이런 수치를 도출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전날 서울에서 정경두 장관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부유한 국가이므로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한국이 부유하다고 해도 이런 논리로는 설득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한국 내에서는 '부유하니 조금 더 내라'는 부동산세 등의 과세 논리에 큰 국민적 저항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에 정경두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은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응수했다. 에스퍼 장관의 인상 요구와 거리가 있는 표현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한국 정부가 약 22조원을 부담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로 건설한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미군에 무상 제공하고 있는 것과 관련, 오히려 미군에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