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처럼 임시정부 TF 정식 직제화 추진도
민갑룡 경찰청장 “민주화과정에서 경찰 국민 실망시켜”
민갑룡 경찰청장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3·15 부정선거 발포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의 과오가 포함된 경찰 역사가 예비 경찰관들이 이수해야 할 필수 과목이 됐다. 경찰사(史)가 예비 경찰관들의 필수 이수 과목이 된 것은 국립 경찰 창설(1945년) 이후 처음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2일 제1회 임시정부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이 사회혼란기와 민주화 과정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과오들로 국민들을 실망 시켰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중앙경찰학교의 예비순경, 경찰대학 재학생, 경찰간부후보생 등 예비경찰관들이 경찰관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될 과목으로 ‘역사와 정신’을 포함시켜 올해 7월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역사와 정신’은 12시간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됐으며 임관 전에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필수 과목이다.
경찰청은 이와함께 경찰대학 재학생이 선택적으로 수강하던 경찰사(2학점)를 졸업전 이수해야할 필수과목으로 바꿨다. 경찰대학생들은 ‘역사와정신’과 ‘경찰사’를 모두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비경찰관들이 역사에 대한 표준화된 인식을 함양하게 될 것”이라며 “역사교육을 통해 잘한 것은 잘한대로 배우고, 그렇지 못한 것은 다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또 임시조직인 임시정부TF팀에 대한 정식 직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임시정부TF팀이 정식직제가 되면 국방부의 정신전력문화정책과와 국방부 산하의 군사편찬연구소와 유사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역사를 통한 참된 경찰정신의 계승이 경찰관들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높여 실질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치안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상당기간 안정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며 “경찰청 내 역사와 정신을 다루는 전담부서가 없다보니 임시정부TF 이전에는 경찰정신을 다루는 일 자체가 거의 전무했고, 임시정부TF팀 이후 전담부서가 없으면 다시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어 전담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시정부TF팀은 그동안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국장 백범 김구 선생 등 임시정부경찰 111명을 발굴하는 한편, 관련한 연구용역・학술세미나 등을 진행해왔다.
경찰청은 또 이날 임시정부경찰의 날 기념식을 제정, 이날 첫 기념식을 진행했다. 8월 12일은 김구 선생이 초대 경무국장(현 경찰청장)에 임명되면서 임시정부경찰이 실질적으로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한 날이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구 선생의 후손이자 김구재단이사장인 김미 이사장과 함께 서울 용산구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경찰청 1층 로비에는 김구 선생의 흉상도 세워졌다.
민 청장은 이날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임시정부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아직까지 높지 못한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며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 해 온 한국경찰의 역사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여전히 국민들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던 ‘순사’의 이미지는 오랜 시간 대한민국 경찰을 짓눌러 온 주홍글씨였다”며 “광복 이후 친일경찰의 부정적 이미지는 새롭게 정부를 조직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사회혼란기와 민주화 과정에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과오들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우리 경찰은 그간의 부정적 인식을 벗고 비로소 참된 경찰정신의 표상을 찾아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경찰로 바로 서고자 한다”며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했던 임시정부경찰들과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들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경찰을 흔들림 없이 굳건히 지켜 줄 참된 경찰정신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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