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결장알았다면 형사처벌도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의 국내 초청경기에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결장하면서 축구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입장권을 구입했던 축구팬들은 경기 주최사 ‘더 페스타’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법률사무소 명안은 27일 새벽부터 원고를 모집했다. 이미 29일 오전 7시 30분 기준 1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당시 관중이 6만5000여명이었던 점으로 미뤄 보면 소송 참여인단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명안 유형빈, 김헌기 변호사는 블로그 글을 통해 “더 페스타는 이번 친선전을 축구팬들에게 홍보하며 티켓판매 수익을 얻었고, 흥행을 위해 호날두가 45분 이상 뛰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며 “이 약속을 전면으로 내세워 고액으로 티켓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호날두 사인회의 갑작스러운 취소, 유벤투스 지각으로 인한 경기 시작 지연, 40만원짜리 땅바닥 뷔페 식사 등의 문제”라며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더 페스타에, 더 페스타는 유벤투스에 계약 위반에 대한 위약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축구팬들이 티켓을 구입한 게 호날두 출전이라는 더 페스타의 광고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호날두 출전 여부는 실질적으로 티켓 구입 계약의 주된 내용으로, 판매자 더 페스타를 상대로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티켓 구입금액 상당액의 반환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더 페스타 측이 호날두의 결장 여부를 미리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배상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법무법인 현재의 김가람 변호사는 ▷더 페스타가 팬사인회 당시에 호날두가 안 나오는 것을 알고도 ‘경기를 위한’ 컨디션 조절이라고 했는지 ▷위약금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호날두 출전이 확정된 것 처럼 광고를 한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이라면 허위 과장광고 내지 사기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다는 점이 홍보에 활용됐다”면서 “정작 그 의무를 어겼을 때 위약금 자체가 크지 않고, 호날두의 중국 일정 등을 고려하면 출전 안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위 의무조항을 갖고 홍보를 했다면 재판부에서 악의적이라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호날두가 팬사인회 안 나온게 단순한 컨디션이 안 좋아서인데 여기에 ‘경기를 위한’ 이라는 말을 주최사가 임의로 덧붙인거라면 그 이후에 표를 산 구매자에겐 적극적인 기망행위(속임)로 형사상 사기까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