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 114건의 절반 수준 급락
“매매 활기띠자 경매로 안 넘겨”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경매10계. 강남구 수서동의 아파트 한 채가 유일하게 경매에 나왔지만 ‘취하’됐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원만히 합의를 했거나, 채권자가 경매가 아니라 매매시장에서 파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취하한다.
요즘 서울 법원 경매 시장에 아파트 물건이 크게 줄었다. 새로 나오는 물량도 줄었고, 취하를 하는 경우가 많아 경매를 한건도 진행하지 못하는 때도 많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1~26일 기준) 서울 경매법원에서 진행된 아파트 물건은 66건으로 전달(114건)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작년 7월(66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기 높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물건은 아예 씨가 말랐다. 이달에는 단 6채만 나왔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하면 경매시장에 물건이 늘기 마련이다. 채권자들이 매매시장에서 처리하지 못한 주택을 경매에 넘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면 경매시장에는 물건이 크게 준다. 경매시장에서 헐값에 처리하는 것보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파는 게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꾸준히 늘었다. 2월 85건 수준이었다가, 3월 94건, 4월 101건, 5월 98건, 10월 114건 등으로 증가했다. '거래난'에 빠진 매매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경매 물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경매물건이 다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회복되는 매매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시장도 비수기여서 이맘때 즈음 경매 진행 건수가 일정정도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면서도 “다만,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살아나는 매매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매 물건이 줄어드니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주에 비해 상승했다.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7.2%로 전달(95.91%)보다 높아졌다. 아파트 물건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응찰가를 써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 6건 진행된 강남3구 아파트는 3건 낙찰됐는데, 평균 낙찰가율(101%)은 다시 100%를 넘었다. 강남3구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넘은건 작년 12월(100%) 이후 처음이다.
장 팀장은 "8월까지 휴가시즌으로 경매시장도 비수기여서 경매 진행 건수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는 등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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