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동물학대 사건 1546건 중 구속 1건 불과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마포경찰서는 '지난 13일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한 카페 앞에서 고양이가 살해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에 잡힌 살해범 추정 남성이 나무에 독약을 살포하는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 앞에서 고양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일각에선 영장이 기각될 것을 예상하고도 여론에 휩쓸려 ‘보여주기식’ 영장 신청·청구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24일 오전 남성 A(39)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대체로 인정했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증거인멸·도주 우려)와 구속의 필요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란 관측은 어느 정도 예상 됐던 결과다. 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히면서 해당 남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지만, 이와는 별개로 현행법상 동물 학대 사안으로 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사실상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농림식품축산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입건된 동물 학대 사건 1546건 중 구속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최근 유명한 사건으로는 박소연 케어 대표가 200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을 ‘안락사’시켜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으나 결국 법원에서 기각됐던 사례도 있다. 당시 ‘안락사 시킨 동물 수가 많다’며 영장 발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현행 동물보호법 하에선 동물 학대만으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기호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은 재산으로 간주된다. 동물을 죽였을 경우 재물손괴죄 정도로 간주된다”며 “법원 선고 형량 역시 집행유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A씨에 대한 영장 청구 역시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한 ‘대중추수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다. 이슈가 커지면 수사기관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기각될 줄 알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영장신청과 관련해 “영장 신청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자세한 사항을 말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A씨는 이달 13일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인근 한 카페 앞에서 고양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가 고양이를 잡고 수차례 내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사체는 수풀 안에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세제로 추정되는 가루가 묻은 고양이 사료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아 강력처벌 해주세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께까지 5만4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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