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절차 군국주의 잔재 남았는지 살펴야" 수사구조 개혁 언급
27년간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꼽혀… '성완종 리스트' 수사도
24일 퇴임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 |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국가적 권능을 행사하려면 끊임없이 통제를 받아야 하고, 책임을 추궁받을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부터 통제받지 않는 권능을 행사해 왔던 건 아닌지 늘 성찰해야 한다."
2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은 2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총장은 '떠나면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거악 척결,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가치도 매우 중요하고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만, 수평적이고 보편적인 민주주의 시대가 된 이 시기에 더 중요한 것은 법치라는 가치, 형사사법에서의 민주적 원칙과 절차 준수"라고 덧붙였다. 문 총장은 취임 이후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기능을 축소하고,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대신 수사 과정에서 검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국민의 바람이 여전하기만 하다"면서 "불신이 쌓여 온 과정을 되살펴보고 그러한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고 당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내외부적 제도 개혁을 다 끝내고 싶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 시행되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 혹시라도 군국주의적 식민시대적 잔재가 남아 있는지 잘 살펴서 이러한 유제를 청산하는 데에도 앞장서 나서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총장은 "우리가 열심히 하는 데 너무 집중하느라 국민께서 기대하는 만큼 검찰권능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 볼 필요도 있다,10년 후나 5년 후에는 제가 드린 이러한 말이 추억거리처럼 과거의 일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일선 지검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열었던 전례와 다르게, 문 총장은 24일 비공개로 소수의 직원들만 모인 자리에서 퇴임 인사를 나누고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난다. 임기제 도입 이후 주어진 재임 기간을 모두 마치고 무탈하게 퇴임하는 8번째 총장이다. 퇴임 후에는 미국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다.
광주일고-고려대 법대를 나온 문 총장은 1992년 검사로 임관했다. 1994년 서울지검 특수부에 발탁돼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2004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사건 특검팀에서 수사했고,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 대검 중수부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하며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꼽혔다. 서울서부지검장 재직 시절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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