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채소 작업에 나선 내·외국인 근로자를 태운 승합차가 전복돼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들은 21일 충남 홍성에서 경북 봉화로 원정 작업을 하러 가던 중 강원도 삼척의 지방도 급커브길에서 지형 숙지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 차량에는 홍성지역 인력중개업소에서 모집한 60~70대 내국인 7명과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9명이 타고 있었다.
이번 사고는 외지 노동력은 물론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까지 불러 작업을 해야하는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농촌인력부족이 빚은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채소의 파종과 수확, 과일 열매솎기 등의 농삿일은 그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 손실을 입게된다. 주변 농가들도 대개 같은 품종을 경작해 작업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일손이 일시에 몰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일손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웃돈을 준다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한시가 급한 농가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인력을 소개하는 업체에 대부분 의지하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들 관련 업체가 대부분 영세한데다 심지어 무등록업체라는 것이다. 인력 이동에 사용하는 차량은 낡고, 관리가 허술해 사고 위험은 상존해 있는 상태다. 이번 사고만 해도 그렇다. 이들은 이날 새벽 1시 홍성을 출발해 사고지점에 이르렀을 때가 오전 7시 30분께였다. 밤길을 무려 6시간 이상 달리는 강행군이었다. 게다가 현지 지리도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비게이션이 있다고 하지만 험준한 지형까지 알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사고가 난 승합차는 2002년 식으로 출고된지 17년이나된 15인승 차량이다. 여기에 정원까지 넘겼으니 대형 사고의 요소를 모두 갖춘 셈이다. 지난해 영암과 목포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소개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태다. 영농철 바쁜 시기에만 떴다방처럼 인력 모집을 하고 없어지는 곳이 많다보니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자체들도 빠듯한 농촌 일손 사정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농촌 일손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강원도 등에서 효과를 본 외국인 계절 근로자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도시 유휴 인력의 한시적 농업 취업 등에 대한 정부 지원, 농협 등 공식 창구를 통한 인력중개 사업 활성화 등도 시도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