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인멸 가담 혐의 환경부 서기관도 재판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평화당과 피해자 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2차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2011년 첫 피해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8년만에 SK케미칼 관계자 등 총 34명이 기소되면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23일 환경부 서기관 A씨와 GS리테일과 퓨앤코 전직 임원 등 5명을 기소하고 2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A씨에게는 부정처사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업체 관계자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지난달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임직원을 재판에 넘겼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임직원도 CMIT/MIT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한 혐의가 포착돼 기소됐다. 이번 재수사 결과 재판에 넘겨진 SK·애경 임직원은 11명이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을 포함하면 총 34명이 추가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 2차 수사를 통해 검찰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의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된 SK케미칼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였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쓰인 PHMG를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공급했지만,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일 정황을 몰랐다는 이유로 1차 수사에서 기소를 면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SK케미칼과 애경이 2002~2011년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에 쓰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추가 독성실험없이 제품을 출시했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2000년 SK케미칼이 옥시 관계자에게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할 것을 조언한 정황을 밝혀냈다. 또, 2009년 원료물질 분석을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이고 있고,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축소, 은폐하는 데 환경부 공무원이 가담한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환경부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 인멸을 교사한 환경부 공무원을 포함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환을 무마하는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전 국회의원 보좌관도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2차 수사를 맡은 권순정 부장검사는 “CMIT와 MIT 제조업체 과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는데, 이번 수사 통해서 제조판매 기업들의 과실이 규명됐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환경부와 협력해 재판과정에 피해 사실에 관한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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