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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갑룡 경찰청장 인터뷰] “경찰 그동안 시민감수성, 시민들 살피는 '찰'이 부족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시민 살피는 찰 부족했다’
벌여놓은 일 잘 마무리… 법은 시민 속에서 살아 숨쉬어야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6일 경찰청 본청 건물에서 헤럴드경제 조범자 사회섹션 에디터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 청장은 인터뷰 내내 ‘시민’을 강조했다. 경찰이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 ‘찰(察)’이 부족했다는 말도 보탰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대담 조범자 사회섹션 에디터, 정리 박병국 기자] ‘시민’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다. 민 청장은 근대 경찰의 원리를 설명할 때도 시민을 언급했고, 버닝썬 사태에 대한 소회를 밝힐 때도 시민을 강조했다. 지난 1년간 펼친 치안 정책 설명 중심에도 시민을 언급했다. 경찰 신뢰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경찰’ 단어의 뒷 음절인 ‘살필 찰(察)’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취임 1주년을 맞은 민 청장과의 일문일답.

▶오는 2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경찰청이 개청한 이후 가장 큰 변화와 개혁을 해나갔던 해였다. 경찰의 숙원과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되는 그런 해였다. 수사권조정, 자치경찰, 정보경찰, 보안경찰 개혁 등 과제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잘 가다듬고 꿰 맞추는데 여념이 없었다. 상당히 모양새가 갖춰졌다.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도 등 경찰의 염원들이 상당부분 반영이 돼서 국회에서 입법을 통한 제도를 앞두고 있으니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보람도 느낀다.

▶‘경찰이 곧 시민이다’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시민을 특히 많이 강조하는 이유는.

=경찰이 가지고 있는 병폐 중 하나가 시민을 대척점에 놓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경찰 내부에서는 군을 흉내 내려고하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군과 경찰은 제복을 입었다는 것 빼놓고는 사명과 하는 일의 성격이 다르다. 시민을 보호해야 되고 시민을 괴롭히는 것들을 제거를 해야 된다. 시민속에서, 시민과 함께, 시민으로서의 생각을 해야 된다. 이건 근대 경찰이 창설되면서 생긴 경찰 정신의 원리다. 그동안 우리는 이 원리를 상당히 잃어버렸다. 법이라는 것은 시민속에서 살아 숨쉬어야 된다. 시민이 인정하고, 시민이 공감하는 것을 법을 통해 시민 속에서 집행했을 때 법치가 살아 있는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6일 경찰청 본청 건물에서 헤럴드경제 조범자 사회섹션 에디터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 청장은 인터뷰 내내 ‘시민’을 강조했다. 경찰이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 ‘찰(察)’이 부족했다는 말도 보탰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치안정책1호가 여성 치안 정책이었다.

=여성피해자들의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사회를 향한 울부짖음이 있었다. 시위현장에서의 팸플릿을 보고, 여성들의 육성 증언을 들었다. 이를 달래주는 특단의 조치를 해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여성대상 범죄 추진 추진단, 성폭력 수사팀 등을 통해 앉아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찾아가서 여성들의 얘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자신감도 갖게 됐다. 예를 들면 불법 촬영에 있어서 그동안 서버가 외국에 있거나 가해자가 너무 많아 찾기 힘들다고 해서 그동안 방치했는데, 일단 뛰어들었다. 외국 경찰과 인터폴 등과 협력하면서 해결책이 나오고 있다. 여성계에서도 경찰이 문제 해결 의지가 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인정을 해주고 있다.

▶남경 여경, 순경 통합선발도 첨예한 이슈다. 통합 선발은 언제쯤 가능한가?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들에 대한 통합 선발을 먼저하고, 후속에서 바로 순경에 대한 통합 선발 연구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선진국 사례들 분석을 해서 연구 중이다.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통합선발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것을 본뒤 조금 보정하면 순경 통합 선발은 오랜 기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2~3년이면 순경 통합선발이 되지 않겠는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큰 과제다. 임기 내 해결될 수 있을까.

=견제와 균형은 자유민주사회에서 가장 기본 원리다. 우리 사회 상층부의 겉모습은 민주화됐지만 바닥 구석구석에는 작동이 안되고 있고, 갑질도 횡행하고 있다. 그런 시각으로 정부 구성을 보면 민주주의 원리가 제일 지체 된 것이 사법분야다. 기소와 재판은 분리가 돼 있는데 수사와 기소 분리는 안 돼 있다. 사법분야도 본격적으로 변화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 기소 분리를 외쳤고 국민께 인식이 됐다. 어느 정도 가야 되냐 그거 가지고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정부안이 나왔고 전면적인 수사기소 분리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단계의 안이다. 그 정도라도 성취를 이뤄야 한다. 진통을 겪으면서 신속처리 안건까지 상정이 됐는데 입법이 잘 안된다면 이는 국민 체면의 문제다. 윤석열 검찰총장께서도 인사청문회에서 공감했다. 큰 틀에서 이견은 없다. 세부적인 사항은 다듬어 내기만 하면 된다. 금년 안에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

▶올 초 불거진 ‘버닝썬 사건’으로 꽤 시끄러웠다. 지금까지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데.

=경찰이 시민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시민의 항변이 있으면 일단 경청하고 살펴봤어야 했다. 그 사람의 겉으로 들어난 행동만 보고 무시했다. 경찰은 그래선 안된다. 시민이 무슨 말을 할 때는 말의 의미와 맥락을 잡아내야 하고 설득해야 된다. 그래서 경찰(警察)이다. 살피는 ‘찰’을 못 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법으로 집행했다.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경찰이 엄청난 댓가를 받은 것이다. 말을 못하는 시민도 있다. 그럴 때는 시민의 표정과 태도를 보고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절대로 찰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찰을 하면 안된다. 경찰의 경, 경계하고 공경하고,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찰을 해야 된다. 시민을 공경하고 살펴야 된다. 그것이 경찰 정신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가장 문제라는 얘기가 많다. ‘뭘 해도 욕을 먹는다’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경찰 내부에서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주문에 걸려 있는 것이다. 뭘해도 안된다는 자괴감. 교묘하게 우리가 만들어냈거나, 외부에서 만들어진 징크스다. ‘하는일이 단속하고, 잡는 일이니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는 주문에 걸려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걸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영국경찰 미국경찰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신뢰도 1위다. 그 사람들과 우리는 똑같이 잡고, 벌하는 똑같은 일을 한다. 우리도 신뢰도 1위가 될 수 있다. 경찰은 국민들 가장 불안하고 절박할 때 찾는 존재다. 경찰 스스로가 잊지 말아야 된다. 겉으로 몇몇 사람들, 쏟아내는 비난에만 집착하지 말고 경찰보고 안도를 하는 시민들, 표현안하는 그런 시민들 보고 자신감 찾아야 한다.

▶임기 후반이다. 계획은?

=운명처럼 벌려 놓아진 일들을 마무리하고 수확을 해야한다. 씨를 뿌릴 때도 고되지만 수확을 할 때 더 고되다 하지 않는가. 경찰이 창설된지 45년 됐다. 그 동안 외형이 많이 성장했다. 외형에 맞게끔,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 하도록 해야 한다. 몸집은 어른인데, 옷은 아기 옷을 입고 있다는 비유가 있다. 옷가지를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때 그 도구가 제대로 잘 갖춰져야된다. 그 도구가 수사권조정,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이런 것이다. 현재 입법과정에 있다. 경찰의 역할과 책임에 맞게 입법이 되도록 하겠다. 하루하루를 임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 후에는?)자연인이 될 것이다.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도시 생활 적응 못하고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자연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거리낌 없이 들판을 쏘다니고 싶다. 그 마음 뿐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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