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하실험연구단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암흑물질 후보의 연간 신호를 분석하고 검증 신뢰도를 높여, 암흑물질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한 발 더 다가섰다.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양양에서 암흑물질 관측 재현에 착수한 이후 2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내놓고 미국 물리학회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했다고 22일 밝혔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약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흔적을 발견한 연구는 이탈리아 그랑사소 지하실험실의 다마(DAMA) 실험이 유일하다. 하지만 실험을 재현하기 까다로워 그간 세계 유수의 연구팀이 DAMA 실험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지하실험연구단과 국제공동연구진의 ‘COSINE-100’ 실험은 DAMA와 동일한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제작에 성공해 2016년 9월 실험에 착수했다. 이는 DAMA 실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연간 변화하는 입자 신호를 측정,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는 최초의 실험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보고로서 COSINE-100 연구진은 착수 후 59.5일 동안의 입자 신호를 기반으로 DAMA가 틀렸을 가능성을 지난해 네이처에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완벽한 검증을 위해서는 연간변조신호가 필수적이어서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COSINE-100 실험의 연간변조신호를 처음으로 분석해 보고했다. 그 결과 DAMA에서 20년간 축적한 입자 신호가 양양의 재현실험에서 관측한 신호의 오차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 관측한 신호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을 일부 뒷받침하는 결과다.
실험을 주도한 이현수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DAMA 실험과 동일한 고순도 결정 검출기에서 데이터를 얻어, 동일한 분석방법을 적용한 최초의 실험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완벽한 검증까지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추가로 얻는 신호와 분석 방식에 따라 앞으로도 DAMA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해석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흑물질 후보 윔프는 연간 입자 신호의 변화를 분석해 찾아낼 수 있다. 암흑물질로 채워진 은하를 태양계가 돌고 태양계 안을 지구가 돌면서, 은하 기준으로는 지구가 태양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연중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때문에 윔프 입자가 존재한다면 겨울에는 190 km/s, 여름에는 250 km/s 속도로 지구에 진입하게 되고, 이 신호 패턴을 연간변조신호라고 한다. DAMA 실험은 지난 1998년부터 윔프의 연간변조신호를 측정해 왔다.
연구진은 2016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2년 동안 연간변조신호 데이터를 얻었다. 윔프의 연간 신호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다른 계절적 요인을 최대한 차단했다. 실험실 온습도는 1% 오차 이내에서 제어하고 뮤온, 중성자, 라돈 등 주변 방사능은 면밀히 계산해 데이터를 보정했다.
분석한 코사인-100 실험의 연간변조신호를 DAMA 신호와 비교했더니, DAMA가 측정한 신호에 오차범위 내로 접근해 추후 DAMA와 일치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분석 결과는 1 시그마(68.3%)를 약간 상회하는 신뢰도로, 코사인-100 실험의 중간보고 성격이다. 오차 자체가 크기 때문에 DAMA 실험이 맞을 가능성도 틀릴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 없다. 추후 분석 결과가 DAMA와 비슷한 값을 가진다면 윔프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추세라면 3년 안에 데이터 신뢰도 3 시그마(99.7%)를 달성해, DAMA 실험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3년 뒤 COSINE실험이 DAMA와 최종적으로 다른 관측을 한다면, DAMA 팀이 관측한 것은 윔프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DAMA가 관측한 신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까지가 연구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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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인-100 실험이 이뤄진 양양 지하실험실 모습. 현재 암흑물질 윔프를 관측하는 코사인 실험,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아모레 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I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