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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12년만에 뒤늦게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홍승면)는 A씨가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상대로 낸 배상합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옥시 배상금)합의 당시 A씨는 남편에게 자신을 대리·대행해 합의할 권한과 배상금을 수령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옥시는 A씨에 대한 합의금채무와 손해배상채무로부터 면책됐다고 봤다.
A씨는 2006년 옥시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에서 발생한 독성 피해로 아이를 잃었다. A씨의 남편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남편은 옥시로부터 사망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2015년 6월 1억8000만원을, 2016년 8월 추가로 8억2000만원 등 총 10억원을 받았다. 합의서에는 ‘배상금 신청인 본인, 피해자, 피해자 가족 구성원 전원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모든 청구권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있었다. 이 합의서 말미에 남편이 자신의 서명과 함께 A씨의 이름과 서명을 적었다.
A씨는 남편이 자신과 상의없이 옥시와 합의를 체결하고, 배상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0년부터 사실상 별거중이라 정상적인 혼인관계에 있지 않았고, 배상합의금에 대한 상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10억원의 손해배상 합의금을 지급해왔다. A씨는 자신이 1/2의 법정상속분을 갖는 부모이므로, 추가로 5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합의 전후로 옥시가 제조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상해·사망사건은 전국민적 관심사로, 누구든지 보상조치의 경과와 내용을 언론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실제로 2016년 4월께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5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왔고, 7월께는 영유아 사망의 경우 배상금을 총액 기준 10억원으로 일괄책정하는 배상안이 보도됐다. 이 배상안에 따라 피해자 99%가 등록을 마쳤고, 89%가 합의를 완료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별거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자녀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사건의 후속조치에 대해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 사이에 다수의 금융거래내역이 있는 점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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