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 등 이유로 문 닫는 상점도 늘어나
테마형 역사도 주변 환경개선 문제에 힘써야
서울시내 지하상가 일부 매장들에 ‘임대문의’ 등의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최원혁기자/choigo@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서울시내 지하상가들이 시민들의 외면과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을지로 지하상가는 쇼핑메카인 명동을 끼고 있는데다 주변 사무시설 등이 밀집해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대표적인 곳이다. 하지만 상가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을지로입구역에서 서울시청역으로 갈수록 시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매장 하나 건너마다 ‘임대문의’ 등의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일부는 미처 폐업 정리를 못한채 문 닫은 매장도 눈에 띄었다.
지하상가에서 영업 중인 50대 강모 씨는 “물건을 찾는 사람이 없어 장사가 잘 안 된다”며 “가끔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는 오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됐지만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이 쇼핑객을 이끌어 지하상가는 여전히 한가했다. 한창 붐벼야할 시간에도 지하상가를 찾는 사람이 없자 일부 상인들은 점심장사를 포기하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서울시 지하철역사 지하상가의 공실률은 15.9%였다. 점포 6개당 1개꼴로 비어있는 셈이다. 공실 상가 점포 수는 2013년 129개에서 2014년 147개, 2015년 310개, 2016년 354개로 계속 증가했다.
지하철역사 내 상가는 주변 상권의 변화탓에 이용률 감소나 노후화 등의 이유로 문을 닫는 상점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결국 역사 통로 옆으로 길게 만들어졌던 상가들은 관리가 안돼 흉물이 되거나 쓸모없는 잉여공간이 된다.
상권이기보다는 오히려 인근 역을 이어주는 지하보도에 불과했다. 을지로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30대 한모 씨는 “지하도는 이동수단으로 여겨지다 보니 자연스레 지하상가도 찾지 않게 된다”며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요즘은 인터넷이나 다른 대형 쇼핑몰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철문으로 굳게 닫힌 지하상가 매장 모습. 최원혁기자/choigo@heraldcorp.com |
이와함께 시민의 편의성과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은 특색 없는 역사 공간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장소가 된다.
지하철역사 내에는 넓은 곳은 무대로 만들어 놓은 반면 휴게공간은 통로 옆 빈 공간에 의자만 놓아두는 등 의도한 목적대로 활용되기에는 미흡한 장소가 많이 눈에 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지하철역 테마역사 조성계획은 지하철역사 내 유휴공간 활용은 물론 지역 활성화와 홍보까지를 염두에 둔 정책으로 현재도 일부 역사에서 진행되거나 계획 중이다. 하지만 시민 호응도가 높은 곳도 있지만 편의시설을 너무 디자인에만 치중해 설치 했거나 유용하지 않은 시설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는데다 많은 투자비가 필요하며 유지·관리 비용 또한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책에 앞서 현실적인 지하철역사의 편의시설 확충과 환경개선 문제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전문가는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시민들 의견을 적극 수렴한 활용도 높은 공간 구성, 보여주기식이 아닌 지하철역사의 이미지 개선 등이 역사 전체 공간의 종합적 활용 계획과 어우러져 단계적으로 실천돼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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