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74) 전 DB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이 1년 반 만에 재추진되면서 ‘그동안 수사당국은 뭐 하고 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경찰을 향해, 경찰은 검찰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경찰 역할은 모두 다했다. 검찰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1년 넘도록 지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단계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경찰의 불만에 불편해하는 눈치다.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김 전 회장 소환에 팔을 걷고 나섰다는 점에서는 검경 모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해서 “경찰이 전날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것은 법무부에 협조공문을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범죄인 인도요청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며 모두 검찰이 판단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자료를 통해 “김준기 전 회장이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체류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김 전 회장의 여권이 무효화되었음을 미국 인터폴 및 국토안전부 한국지부에 재통보해 상기했으며 외교부를 통해 현지 사법당국에도 통보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월에는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김 전 회장은 비서 성추행 혐의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7년 7월 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 시킨 경찰은 인터폴(국제형사기구)에 요청해 2017년 11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적색수배를 내렸다. 미국의 경우 적색수배 만으로는 국내 송환이 불가능해, 범죄인 인도요청이 필요하다. 고소된 후 1년이 넘어가도록 범죄인 인도요청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이민변호사를 고용해 당국에 체류자격 연장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6개월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넘도록 검찰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 같은 경찰의 주장에 검찰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대검찰청 수사협력단에 김 회장에 대한 강제 추방을 요청했다”며 “미국은 범죄인 인도까지의 절차가 까다롭다. 송치된 이후 단계별로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경찰이 지난해 1월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협조 요청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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