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국내 최초로 美 ‘2019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 수상
금호4가동은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사인이 있어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성동구의 노후주택 밀집지 금호4가동은 고층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재개발이 유보돼 섬처럼 고립된 지역이다. 지역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컸고, 대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는 낮 시간에는 주거 침입 등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높았다. 비슷한 형태의 빌라들이 많아 위급할 때 위치를 설명하기도 힘들어보였다.
서울시는 이 일대에 ‘금호 게이트빌’이라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주택 하나 하나에 깔끔하고 큼지막한 주소 안내사인을 붙이는 등 ‘생활안심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 결과 범죄 예방은 물론 마을 경쟁력까지 높아졌다.
서울시는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디자인을 입혀 환경을 개선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생활안심 디자인’ 사업지가 올해 성동구 금호동을 보태 모두 60곳으로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금호동 사례는 특히 지역 문제를 주민과 함께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공청회, 설문조사를 거쳐 지역 특징, 범죄 유형, 주민 불안 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해 다양한 디자인 해법을 도출했다.
밖에서 반지하 층이 보이지 않게 하는 ‘안심게이트’. [서울시 제공] |
그 해법을 살펴보면 지대가 높은 지형 특성을 고려해 멀리서도 주소를 알수 있게 건물 외벽 상단에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사인’을 붙였다. 현재 36가구에 설치가 완료됐고, 향후 52가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마을입구 사인, 에티켓 사인 등을 설치했다. 구릉지 특성 상 윗집 아랫집이 훤히 보이는 구조를 고려해 안심게이트, 안심펜스를 달았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과 막다른 길에서 보행자가 안심하도록 안심 반사판, 동작감시 안심비추미, 안심 표지병, 안심 비상벨, 말하는 폐쇄회로(CC)TV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말하는 CCTV로는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고, 방송으로 현장과 소통할 수 있다. 예컨대 “빨간 셔츠 입은 학생, 담배피지 마세요!”라고 음성 안내를 할 수 있다.
어두운 골목길에선 동작감지 안심비추미가 길을 안내한다. [서울시 제공] |
시는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와 함께 ‘우리마을 안전을 위한 문단속 캠페인’도 벌였다. 주민이 참여해 낡은 대문에 페인트칠을 새롭게 했다.
한편 서울시는 ‘생활안심 디자인’ 사업으로 지난달 국내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미국 ‘2019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실비아 해리스 어워드)와 우수상(메리트 어워드)를 동시에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생활안심 디자인’은 2012년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에서 시작한 ‘범죄예방 디자인(CPTED)’의 이름을 긍정적인 느낌으로 바꾼 것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시는 작년 1월 국내 최초로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조례’ 제정과 내년 수립될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기본계획을 통해 범죄, 학교폭력, 치매, 스트레스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사업들에 박차를 가할 계획” 이라며, “앞으로 ‘생활안심 디자인’ 외에도 서울시의 다양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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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4가동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대문에 도색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