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는 16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을 업무부적응자로 모는 등 반인권적인 교육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갑질119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서울대병원에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교육을 진행했다. 이 교육에서 강사로 초빙된 노무사는 “업무 부적응자와 저성과자가 문제 제기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의 주 내용이다”라며 “인사과정 전체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될 만한 일들이 지뢰처럼 숨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해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 괴롭힘 피해자들을 ‘업무 부적응자’나 ‘저성과자’로 매도해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농단하는 심각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성추행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괴롭힘 피해자를 ‘무능력자’로 매도해 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모범적인 사용자여야 할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에서 반인권 교육을 전 직원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것은 법에 대한 무지를 넘어 심각한 유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초빙된 강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고 했고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이야기가 된 바는 없다”면서 “병원 입장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을 피했다.
해당 강사는 "'업무 부적응자와 저성과자가 문제 제기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의 주 내용'이라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면서 "다른 내용은 그동안 안일하게 여겨왔던 인사노무관리의 모든 과정을 다시 세밀하게 점검하고 고민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이달 16일 시행된다. 상시 근로자 10명 이상인 모든 기업이 대상이다. 간호사 ‘태움’ 문화, 아이티기업 대표의 엽기적 갑질 등이 이슈가 되면서 도를 넘은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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