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훈 검사는 연수원 동기에 검찰 안에서도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던 후배입니다. 한 달 동안 앓아 누울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을 이미 구속한 상황에 검사들 관련 증거가 나와서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8일 오후 3시5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붉게 상기된 얼굴로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장제원 의원(자유한국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창훈 검사 유가족의 육성이 담긴 뉴스 영상을 틀면서였다. 눈가가 촉촉했지만 애써 눈물을 참았다. 책상에 올려둔 노란색 메모지를 만지작거렸다.
윤 후보자의 눈물은 저녁 6시49분께 결국 터졌다. 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기무사 수사 등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독이면서다.
김 의원은 “국정농단 사건, 국정원 댓글사건, 세월호 은폐사건, 태블릿PC 사건, 변창훈 검사 사건. 거꾸로 가고 뒤집히고 이게 논쟁이 되는 거는 역사의 퇴행이다. 윤석열과 변창훈 검사가 이렇게 갈라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 거다. 비극을 만들어낸 건 비정한 정치다. 윤석열이 수사를 해서가 아니고. 검사들을 불법에 동원하고 그 불법에 동원된 검사가 다시 또 수사 받게 만드는 불법적인 정치 때문에 만들어진 사건이다. 그런데 그걸 만들어놓은 당사자들이 반성하지 않고, 다시 또 인간적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고 했다.
또 나온 변 검사의 이름에 윤 후보자는 품에서 파란색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김 의원이 질의와 관련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윤 후보자는 애써 화면을 보려 하면서도 오른손은 펜을 쥐고 메모지에 의미없는 세로줄을 그으며 방황했다. 윤 후보자의 눈물은 6시 53분까지 5분 가량 이어졌다.
윤 후보자가 연신 훌쩍이며 수습하는 동안 민주당의 항의를 뒤로 하고 이은재 의원(한국당)이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 조작 사건 수사 당시 황교안 장관의 외압 관련 질의를 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한국당)의 편파적인 진행을 문제 삼은 여당 소속 의원들의 항의에 고성이 오고 갔다.
김진태 의원(한국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태블릿PC 관련 증거가 조작됐다고 했다. 공안검사 출신 정점식 의원(한국당)은 윤 후보자가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김용판 전 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기소한 것이 법리적으로 맞는지를 따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회의실을 방문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갔다.
거듭되는 한국당의 질의에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 청문회 다시 열어야겠네”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수사 방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기무사 사찰 사건 등을 일으킨 정당이 호통 치고 앉아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눈물을 흘렸다.
사회섹션 법조팀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