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의 한 병원 장례식장.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보내온 화환이 놓여 있다. |
[헤럴드경제(안양)=박병국 기자] "부모가 8년만에 시험관을 통해 얻은 자식이다. 엄마는 얼마나 억울하겠나"
9일 오후 경기도 안양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숨진 장모(22) 일병의 사촌형은 기자들과 만나 차오르는 울음을 참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육군본부에 대해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기본적인 절차를 지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촌형은 "육본, 보안사안이고 수사중인 사안이라 유가족에 언론에 언급자제해달라더니, 유족한테 말도 없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서 등을 보면 정황이 다 있다"며 "얘는 이미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육본이 목선과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목선 사건으로 담당자들이 징계를 받았고, 국회의원 까지 왔던 사안이다"며 "아이가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나. 그걸 그렇게 밢표하면 어떻게 하나"고 말했다.
사촌형은 기자들과 헤어진 뒤 장례식장 입구에서 정부측 관계자를 만나 "언급을 자제 해달라고 유족들에게는 말을 해놓고 브리핑을 다 했나"라며 따졌다. 정부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꾸를 하지 않고, 급히 이동해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 8일 투신해 사망한 육군 23사단 소속의 장 일병의 휴대폰에서 "남한테 피해만 준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23사단은 북한 목선의 경계를 맡았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숨진 장 일병의 휴대폰 메모장에는 ‘유서’라는 제목의 글이 발견됐다. 유서는 휴대폰 화면을 세번 스크롤 할 정도의 길이로 “집에 편하게 있다가 남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선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휴가 중이던 육군 23사단 소속 장 일병은 전날 원효대교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장 일병은 원효대교에서 여의도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소생하지 못했다.
장 일병은 2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일반 초소보다 큰 규모로 감시장비 등을 갖추고 운영되는 소초의 상황병으로 근무했다. 장 일병은 지난달 15일 오전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할 당시 오후 근무조에 편성되어 근무를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병은 경계 시 발생한 특이사항, 소초 입·출입자 등 모든 상황을 전파하고 기록하는 임무를 맡는다.
장 일병은 지난달 15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를 섰다. 6월 22일부터 28일까지는 연가 및 위로 휴가를 사용했다. 이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정기휴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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