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또 당했구나, 끊임없이 당하고 있구나, 우리 억울한 베트남 여성들 억울해서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엔낙검(45·한국명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하는 내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여성을 구석으로 몬 뒤 때리는 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을 보고 ‘그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우엔낙검 씨는 “마음이 아팠다. 베트남 여성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가 그렇게 당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놀라지도 않았다”고 했다.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크게 일고 있지만, 사실은 비일비재하게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베트남 동포사회 대표를 맡으면서 폭행의 흔적과, 이를 찍은 사진들, 당한 흔적들을 수 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18만 베트남 교민들을 대표하는 주한베트남교민회를 이끌고 있는 우엔낙검 씨 역시 1997년 한국에 이주한 베트남 여성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결혼이주여성 920명 응답자의 42.1%가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결혼이주여성의 출신국가는 베트남 42.4%, 중국 29.4%, 필리핀 11.4% 등의 순이다.
우엔낙검 씨는 베트남 이주 여성들 끊임없이 ‘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좀처럼 폭행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외부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고 한국말을 잘 못해서 자신이 없는 이유도 있다”며 “특히 남편이 못하게 협박을 하는 이유도 있다. 어떤 경우는 신고하면 죽이겠다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에 사는 A(36)씨는 베트남인 부인 B(30) 씨를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자신은 한국말을 하는 ‘한국인’, 부인은 한국말을 못하는 ‘베트남’인 이라는 것이 폭행의 이유였다. A 씨는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심사(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말했다. B 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이다. 경찰은 B씨가 자신이 맞는 영상을 찍어서까지 세상에 폭행사실을 알리려했던 것으로 미뤄 A 씨의 폭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행 영상’으로 한국 이주 베트남 여성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베트남 역시 들끓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B 씨가 폭행당하는 영상과 함께, 사건 진행상황을 연이어 보도 하고 있으며, 한국내 이주 여성들의 삶을 다루는 기획기사를 싣기도 했다.
우엔낙검 씨는 “베트남 여론이 좋지 않다. 특히 베트남 남성의 분노가 크다”고 했다. 그는 “남자들 사이에서 ‘그것 봐라, 한국사람들 A 씨 같은 그런 놈 많다. 그렇게 결혼해서 당한 것이다. 잘 생각해봐야 된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우엔낙검씨는 “여자들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 때문에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한국에 사는 베트남 여성들 힘내길 바란다며 격려하는 여론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스럽게, 한국 법이 베트남 법보다 강력하니까, 그리고 동영상 찍어서 남편의 범죄가 다 알수 있게 돼서 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우엔낙검 씨는 이번 사건이 베트남과 한국과의 관계 악화에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매우 악화되는 상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 사건 때문에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 쌓아온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베트남에는 한류가 뜨겁게 지속되고 있고, 한국과 이런 저런 교류를 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당분간 분위기는 나빠지겠지만, 이것 때문에 베트남 내의 한국인들의 이미지가 무너진다는 것은 지난친 우려”라고 했다.
우엔낙검 씨는 이번 사건이 폭력과 차별에 노출된 한국 내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과 제도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우엔낙검 씨는 “우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가정폭력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처벌을 하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남편이 없으면 체류 보장이 안되는 이유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관련된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