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도입 당시엔 현재보다 규정 느슨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견해를 재차 시사하면서, 기존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단지까지 소급 적용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급하지 않는다면 주요 강남 재건축이 제외되면서 도입 효과가 반감되는 반면, 소급한다면 위헌 논란 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이 단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현행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 [헤럴드경제DB] |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규제 적용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곳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지 않고 분양가를 높여받겠다고 계획 중인 서울 강남 재건축들은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 진행이 초중반기에 있어 언제 사업이 진행될 지 모르는 잠실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등은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분양이 가시권에 있는 개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단지, 둔촌주공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미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한 단지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행령 상에서 규제 도입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한다’는 규정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한다’로 바꾸면 가능하다. 김현미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 이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을 통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가 다주택자 임대사업등록제도의 각종 부작용 때문에 제도를 수정했음에도 기존 등록 사업자에게까지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은 소급 입법 위헌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소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던 2007년 참여정부 당시의 규정과 비교해 보면 지금보다 오히려 느슨하게 규정돼 있다. 당시의 주택법에는 재건축·재개발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되며,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더라도 적용 시점부터 3개월이 지난 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적용되도록 경과 규정을 뒀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어떤 사업 진행 단계부터 적용할 것인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달리 판단해왔다”며 “제도 전반에 대해 종합적으로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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