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의도적 보도…사과 시기 놓쳤다” 털어놔
“관련자 수사 요청” 靑국민청원까지 등장 ‘파문’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 [이진주 대표 페이스북 캡처]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박상현 인턴기자] 전직 일간지 기자가 10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과 용산 참사 유가족에 대해 쓴 기사가 조직 차원의 의도적 보도임을 고백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해당 글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9년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때의 일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의 미국 유학 생활과 용산 참사 유가족 위로금 관련 취재를 했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 2009년 4월 10일자를 통해 건호 씨가 미국 유학 중 월세 3600달러(약 426만원)의 고급 주택에 살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데스크의 지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스탠포드대, LG그룹,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관계자 30명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 집이 그다지 비싼 집이 아니고, 그 자동차가 그렇게 비싼 차가 아니며, 그 골프장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란 건 저도 알고 저의 데스크들도 모두 알았지만, 어찌 됐든 기사는 그렇게 나갔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은)우리 가족의, 저 같은 근본 없는 것들의, 우상이었는데, 그를 제 손으로 무너뜨리는 것 같아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진주 대표 페이스북 캡처] |
아울러 이 대표는 역시 중앙일보 2009년 3월 16일자를 통해 ‘정부 “용산 유족에 위로금 주겠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정부가 유족에게 제안한 위로금 2억2000만원을 유족 측이 수용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유족들은 해당 보도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사람의 목숨 값을 돈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그때 저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해당 보도의 허위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었지만, 사과할 때를 놓쳤다”며 “이 손이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썼다는 것을(알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들 기사 작성과 관련해 “죄를 부인할 마음은 없다”며 “역사의 죄인이고 어떤 방법으로든 평생 속죄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의 양심 고백과 관련,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안타깝다”는 위로와 “사주한 사람을 밝혔으면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7일 ‘거짓 기사를 쓰도록 조정한 사람들을 수사해 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 대통령의 죽음에 고통을 받고 있으며, 용산 유가족의 경우 재판 이후에도 허위 기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이어 “허위 기사를 쓴 사람이 고백을 했는데, 아무도 수사를 안 하고, 허위 기사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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