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요간부·부산상의 등 유관기관 참석 대책회의
부산경제 당장 충격 없지만 중장기 대책 마련해야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일본정부의 보복성 경제 제재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8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부산시 실·국장들과 주간업무회의를 갖는 자리에서 “아베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로, 일본 정부는 보복성 경제 제재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부산시장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은 우리나라 도시 가운데서도 일본과 경제, 문화 등 각 분야 교류가 가장 많은 도시다. 때문에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역대 부산시장이 일본에 대해 직접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 시장은 “한일관계는 직접적인 부산의 문제이기 때문에 부산시장으로서 한마디 해야겠다”며 아베 정부를 곧장 겨냥했다. 이어 “아베 정부는 경제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향후 양국 신뢰관계에 대단히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는 정치로, 경제는 경제로 풀어야 하는데 의도를 갖고 엮으면 그때부터 꼬이게 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인류 공동의 가치에 대해 한국, 일본 국민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본 국민들로부터도 적극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 내 경제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소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어 오 시장은 회의에 참석한 부산시 간부들에게 이번 조치가 부산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피면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당장은 부산에 큰 충격이 없어 보이지만 경제 분야의 특성상 중장기적인 영향이 작용할 수 있으니 경제, 관광 등 모든 부서가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9일 시청 12층 소회의실에서 부산시 주요간부들과 부산상공회의소, 부산경제진흥원 등 유관기관들이 참석하는 ‘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의 경제 제재가 WTO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명백한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국내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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